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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향해 쏘아올린 두 개의 화살, 총선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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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와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

1400만 개미들에 주가 지속 상승 기대감 높여

경향신문

지난 12월 28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2023년 증권·파생식품 시장 폐장식 모습.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1.6% 상승해 2천655.28로 마무리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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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225.67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가 2655.28포인트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671.51포인트로 출발한 코스닥지수 역시 2차전지 열풍으로 뜨거웠던 여름 고점을 지나 860포인트 위로 안착했다. 시장에 대한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는 적어도 연초 대비 선방했다고 해도 틀린 분석은 아닌 셈이 됐다. 특히 반도체 관련주의 하반기 상승은 내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한국 주식시장의 선방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며 주식계좌로 다시 자금이 모이기 시작한 상황을 첫손에 꼽는다. 이는 경기순환적 요소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주식시장을 부양했다고 평가받는 요소도 있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이다. 정부·여당이 주식시장을 향해 쏜 2개의 화살, ‘공매도 금지’와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주말이었던 지난해 11월 5일, 공매도 금지를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최종 확정됐다. 두 조치는 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사안들이다. 시장 주도 세력의 공매도,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대주주의 연말 매도 등에 시름했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적어도 이들은 정부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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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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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식시장을 향한 잇따른 조치는 한국 정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 효능감’을 만든다. 특히 정부 조치로 인해 ‘주가 상승’ 기대감이 형성될 경우 상상 이상의 파급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투자자 수는 1400만명이 넘는다. 추가 유입 없이 유지만 해도 전 국민의 약 30% 수준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부·여당으로선 주식시장을 공략지점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소득 완화 조치 발표 직후 인터넷 주식 토론방에는 ‘윤석열 지지’, ‘내년에 국민의힘 찍는다’는 글이 쏟아졌다. 이는 선거에서 향응과 접대는 불법이지만 이와 비슷한 효과를 합법적 제도 안에서도 얼마든지 노려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쏘아올린 화살에는 분명히 과녁이 있다.

상관관계 높여 가는 정부 조치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한 가지일 수도 있고, 천 가지일 수도 있다. 그만큼 개별 기업의 주가 상승은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는다. 이에 따라 주가 상승의 원인을 인과관계로 따지기는 어렵다. 그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상관관계다. ‘어떤 조치를 하니, 동시에 주가도 상승했다. 다만 해당 조치가 주가를 상승시킨 유일한 이유라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결괏값이 매번 특정하게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 상관관계는 강하게 혹은 약하게 세기를 다르게 해서 나타날 수 있다.

공매도 금지와 주가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발견된다.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지난해 11월 5일 이후 한국 주식시장 양대 지수는 상승했다.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은 11월 3일 금요일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368포인트, 코스닥지수는 782포인트로 각각 마감했다.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고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보면 현격한 차이다.

대주주 기준 완화는 조금 다른 형태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기존 소득세법 및 시행령에서는 연말을 기준으로 개별 기업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코스닥 2%·코스넥 4%)을 넘어서면 대주주로 간주했다. 그 결과 향후 주식을 매도할 경우 양도차익의 20~25%를 과세했다. 문제는 개별 기업 주식을 10억원어치 이상 보유한 투자자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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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한 종목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1만3368명(코스피 7485명·코스닥 5883명)이었다. 이들은 연말이면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보유 주식이 10억원 이하가 되게끔 매도를 한다. 이로 인해 마치 연례행사처럼 일시적인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주식시장에는 “연말이면 주식을 팔아라”는 격언까지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주주 요건을 50억원으로 완화할 경우 기대 효과는 분명하다. 산술적으로 해당 조치 이후 시장으로 나오지 않을 주식의 최대치는 약 19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으로 한 종목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주식가치 총액이다. 2022년 말 기준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 총액(622조원)의 3.1%에 해당한다. 결국 대주주 요건 완화는 연말 개별기업 주가가 뜬금없이 하락하는 상황의 축소와 상관관계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렇듯 정부가 주식시장을 향해 쏘아올린 2개의 화살은 모두 주가 상승 혹은 하락 방어와 상관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해당 조치들이 주가 변동과 큰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본질 가치에 수렴한다는 경제적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정책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해석일 수도 있다. 애초에 공매도 금지, 대주주 요건 완화는 경제가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것은 정치의 문제


공매도 금지 결정 직후 일부 업계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2주간 ‘반짝’ 주가 상승효과가 나타난 후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이탈 등으로 주가지수가 폭락하리란 전망까지 곁들였다. 해당 비판에는 몇 가지 맹점이 있다. 우선, 주가 등락을 결정하는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다면 투자 실패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주식시장에서 매번 같은 결과를 만드는 공식이 있다면 누구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주가 등락의 인과관계를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함에도 비판 논리로 동원됐다는 것이다. 실증적으로도 공매도 금지 이후 주가지수는 올랐다.

또 하나의 맹점은 공매도 금지의 목표를 주가 상승 측면에서만 본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의 의도, 기대 효과를 교묘히 왜곡한 것에 가깝다. 윤 대통령은 공매도 금지 시행 이후 가진 국무회의에서 “증권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개별 주가가 상승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경제적 관점에서 탈피하면 보이는 것이 있다. 1400만 개인투자자들이 갖는 ‘기대’다.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별다른 악재도 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때 원인을 찾아보면 해당 종목 공매도 잔고가 급증했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했느냐, 다른 이유로 주가가 하락했느냐 여부는 중요치 않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할 때 정부가 힘을 실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대주주 요건 완화 역시 유사하다. 사실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것은 양도소득세는 강화하고, 주식거래세는 없애는 방향으로의 변화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 일본 등도 이런 쪽으로 가고 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거래세 폐지가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당장 발생하는 주가 하락을 억제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선 미래의 이득보다 현재의 손실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정부 조치는 이러한 투자자의 심리를 간파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를 달리 표현하면, 유권자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기대’다. 2023년 하반기 취해진 2개의 조치는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한다. 특히 2024년 4월 총선과 맞물리며 이런 기대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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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 주요 선거와 주가 상승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 2020년 4월 국회의원선거,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전 3개월 동안 코스피지수의 급격한 상승은 나타나진 않았다. 코스닥시장 역시 유사했다. 선거가 있었던 달에만 시가 대비 종가가 상승하는 양봉을 나타냈다. 결국 정치적 관점에서 중요한 건, 일련의 조치들로 주가가 실제로 상승하느냐보다 1400만 개인투자자들에게 계속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느냐 여부다. 이는 주식시장이라는 과녁을 향해 새로운 화살이 계속해서 날아들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증권가에는 정부 조치를 이른바 ‘핀퓰리즘’(파이낸셜 포퓰리즘)이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 정부가 취할 다음 조치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며 “총선이 가까워지면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한 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한해 허용한 공매도도 금지하고 투자 손실이 난 경우 금융사가 투자자에게 손실 보상을 하도록 압박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주가 상승은 몰라도, 최소한 총선 전까지 주가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최대 이벤트인 총선이 한국 주식시장도 흔들고 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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