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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고려대장경 판각지 관광자원화 예산 삭감…불교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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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사업 완료되면 군민 경제에도 보탬"…내달 의회 항의 방문

연합뉴스

대장경 판각지로 추정되는 남해 백련암지
[경남 남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해=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남해군이 추진 중인 고려대장경 판각지 관광자원화 사업이 군의회 예산 삭감으로 차질을 빚자 지역 불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31일 남해군 등에 따르면 2012년부터 세계 기록문화유산인 합천 고려대장경이 남해에서 판각됐다는 증거가 잇따라 발굴됐다.

판각 작업을 주도한 고려분사도감이 남해에 있었고 대장경 제작을 지휘한 정안이 남해에 절을 세웠다는 기록도 확인되며 본격적인 시굴 조사가 진행됐다.

발굴 현장에서 대장경 판각 시기인 12∼13세기 자기와 화폐, 은병 등이 출토되며 남해가 판각지였다는 주장은 힘을 얻었다.

이에 군은 판각지 성역화 사업에 착수, 관련 사업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해 군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군의회는 최근 예산 심의 과정에서 홍보 조형물 설치비 5천만원과 대장경 판각지 세부사업 발굴을 위한 용역비 5천만원 등 총 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그동안 진행된 판각지 관련 사업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내년부터 긴축 재정에 돌입하는 만큼 보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판각지 성역화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지역 불교계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내달 3일 군의회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남해군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인 성각스님은 "문화재 관련 사업은 확고한 역사적 인식과 문화적 의식을 토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성역화가 완료되면 관광화와 연계해 군민 생활경제에도 보탬이 되는데 이런 식으로 사업이 흔들려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내달 초 군의회를 방문해 직접 설명을 들어볼 예정"이라며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이번 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남해군은 추경을 통해 사업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사람들이 대장경은 잘 알고 있지만 이게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대장경이 남해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면 호국불교의 성지로서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예산이 삭감되긴 했지만, 사업 추진 방침에 흔들림은 없고 조금 지연되는 과정이라 본다"며 "군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 다음 추경에 꼭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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