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의 출현 이후, 위기감에 휩싸인 전세계 언론사들이 소송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림은 챗지피티(ChatGPT) 플러스로 생성해낸 ‘인공지능과 신문사들의 법정 공방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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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포함한 거대한 온라인 데이터를 학습해 답변을 제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현한 이후, 독자를 생성형 인공지능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전세계 언론사들이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포털 시대가 열린 뒤 ‘뉴스 플랫폼의 몰락’을 한차례 겪은 신문 업계의 행보가 눈에 띈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인공지능 개발 선두주자인 오픈에이아이(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한국신문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와의 뉴스 제휴 약관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신문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의 생성형 인공지능인 ‘하이퍼클로바엑스(X)’가 뉴스 콘텐츠를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12월28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국 50여개 일간지·통신사가 모인 한국신문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하이퍼클로바엑스의 뉴스 이용은 네이버가 저작권자인 언론사의 개별 허락 절차를 거친 바 없어 불공정 계약”이라며 “투명한 공론 과정을 거쳐서 새 약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챗지피티(ChatGPT) 제작사인 오픈에이아이와 엠에스가 “수백만개의 기사를 챗봇 훈련에 사용했다”며 “이는 우리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무임승차한 것이며 독자들을 훔쳐가는 행위”라고 27일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언론사 가운데 인공지능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은 뉴욕타임스가 처음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사들이 인공지능 빅테크를 상대로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사정은 다르다. 빅테크 기업들이 언론사와 직접 교섭을 거부하면서, 언론사들은 법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방법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023년 4월부터 오픈에이아이에 문제제기를 하고 ‘우호적 해결’을 모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한국신문협회 역시 한국온라인신문협회와 공동으로 2023년 8월 네이버·카카오·구글·엠에스 등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네이버로부터 “뉴스 저작물 대가 산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지난 9월 세계신문협회가 인공지능 개발사의 보상 의무를 규정한 ‘글로벌 인공지능(AI) 원칙’을 발표했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갈 길이 먼 셈이다.
선택권을 쥔 쪽은 인공지능 빅테크들이다. 이번 뉴욕타임스의 소송 소식에 “놀랐고 실망했다”고 답한 오픈에이아이가 지난 7월에는 미국의 뉴스 통신사 에이피(AP)통신과 기사 사용 계약을 따로 맺은 것이 그 예다. 국내 한 언론사의 제휴 담당자도 “한 빅테크에 뉴스 콘텐츠 제휴 보상을 요구했다가 ‘그럼 너희 매체는 우리 플랫폼에서 아예 빠지라’는 말을 들은 뒤로는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대응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관련 논의를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8월 하이퍼클로바엑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사 보상을 묻는 질문에 “(고품질 데이터인) 언론사 기사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국제적으로 첨예한 이슈가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뉴욕타임스의 소장과 한국신문협회 의견서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우려가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의 인터넷 이동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독자들이 인공지능 챗봇의 응답에 만족하면 언론사 누리집 방문을 거부해 저널리즘이 더 위축될 것”이라 밝혔다.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언론사 등이 연합해 네이버와 단체협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규정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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