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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무죄행진' 계속... 김형준 전 부장검사 2심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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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평소도 돈거래... 뇌물로 볼 수 없어
향응 제공: 개인적 친분 있어 서로 술사는 사이
한국일보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9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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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제1호 기소'로 기록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 구광현)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에게 10일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3~7월 옛 검찰 동료인 박모 변호사로부터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이 있는 돈 1,093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 변호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김 전 부장검사가 금품을 받고 담당 검사에게 신속한 처리를 지시하는 등 수사 편의를 제공했다는 게 공수처의 수사 결과였다.

또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7월 자신에게 금품을 제공한 고교 동창 김모씨의 입을 막기 위해 박 변호사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게 하고, 같은 해 3~4월 자기 몫의 술값 93여만 원을 박 변호사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뇌물수수에 포함했다.

2022년 11월 1심에서 무죄가 나왔고, 이번에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뇌물 혐의를 판단한 재판부는 사적으로 친밀했던 두 사람이 평소 차용증이나 변제기한 없이 돈을 주고받았고,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8월 1,000만 원을 갚은 구체적 정황이 있는 점으로 볼 때 문제의 1,000만 원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변호사가 1,000만 원을 김씨에게 전달하고 영수증까지 받은 건 은밀하게 이뤄지는 통상적인 뇌물수수 범죄와 다르다는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술값 93여만 원에 대해선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도 있는 점을 보면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해 술과 음식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김 전 부장검사는 "고발인(고교 동창 김씨)이 사생활의 약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돈을 받아가 놓고도 뇌물이라고 주장하자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이용한 것"이라며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사기 협박범에 근거한 억지 기소와 형사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공수처는 "판결문을 보고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5,000여만 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김 전 부장검사가 김씨로부터 제공받은 뇌물은 998여만 원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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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거나 검찰에 기소를 요구한 사건 가운데 1심으로나마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뿐이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은 1·2심에서,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의 공문서위조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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