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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작년엔 ‘전기차 모터쇼’ 방불케 했는데···올해는 ‘신차’ 뜸한 이유?[CES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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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혼다가 이번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차 컨셉트 모델 ‘살룬’.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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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가전 전시장이 아니라 전기차 모터쇼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는데, 올해는 전기차 출품이 많이 줄었네요.”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를 찾은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몇해 전부터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타고 글로벌 산업 전시회마다 ‘모빌리티관’이 따로 꾸려질 정도로 탈것과 전자제품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CES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확’ 줄었다.

이번 CES에서 새로 공개된 전기차는, 대중들이 익히 알 만한 브랜드 중에서는 일본 혼다가 공개한 ‘제로(0)’ 시리즈 콘셉트카 2종이 유일하다. 세단 형태의 ‘살룬’과 밴 형태의 ‘스페이스허브’다.

하지만 혼다의 전기차는 ‘지각 출시’ 느낌이 강하다. 내연기관 강자인 혼다는 전기차 시장에서만큼은 열등생 취급을 받는다. 2020년 출시한 소형 전기차 혼다E가 지난해 단종되면서 사실상 전기차 라인업이 전무하다. 이번에 공개된 콘셉트카들도 오는 2026년에서야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열린 CES 2023은 달랐다. 신차 발표회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새로운 전기차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창 달아오른 전동화 경쟁에 뒤질세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개발 단계의 차량까지 앞다퉈 CES에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위장막도 벗기지 않은 채로 전기 세단 ‘ID.7’을 내놨으며 소니·혼다 모빌리티는 자율주행용 카메라·센서 45개를 탑재한 전기차 ‘아필라’를 소개했다. BMW는 미래형 전기 컨셉트카 ‘i 비전 디(Dee)’를, 푸조는 최장 800㎞를 충전 없이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인셉션 컨셉트’를 선보였다. 스텔란티스 산하 트럭 브랜드인 램도 전기 트럭 콘셉트카 ‘램1500 레볼루션’ 실물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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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24’ 전시장에 튀르키예 ‘토그’의 전기 세단 T10F가 전시돼 있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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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ES의 ‘신차 공백’은 고금리와 보조금 축소 등으로 세계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된 현실을 반영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전년 대비 27.1% 늘어난 1750만대로 예상한다. 지난해 성장률은 29%였는데, 2021년 169%, 2022년 93%에서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미국 업체인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이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전시회 불참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전기차 1·2위인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도 불참했다.

무엇보다 올해 IT산업 키워드가 ‘인공지능(AI)’으로 수렴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하드웨어보다는 차량용 ‘AI 비서’나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위주로 전시관을 꾸린 영향도 크다. 수직이착륙기나 수소에너지를 강조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예 전시관에 자동차를 한 대도 들여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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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24’ 전시장에 베트남 빈패스트의 소형 SUV ‘VF3’가 전시돼 있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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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브랜드가 빠진 자리를 신흥국의 다소 낯선 전기차 회사들이 메웠다. 베트남 빈패스트는 지난해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VF3와 함께 새로운 전기 픽업트럭 컨셉트카도 공개했다. 2018년 설립된 튀르키예 전기차 스타트업 토그도 전기 세단 T10F를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022년 CES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대세를 이뤘다가, 자율주행이 글로벌 규제와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2023년 CES는 전기차 콘셉트카 발표가 주를 이뤘다”며 “올해 벤츠·BMW 등 메이저 완성차기업들은 전동화 모델 대신 차량용 AI 음성비서를 내놓는 등 매년 모빌리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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