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도 1형 당뇨 앓던 20대, 신병 비관 극단 선택
1형당뇨 진단 후 합병증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라
췌장장애·중증난치질환 등록 등 정부 지원 절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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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에서 9살 딸의 소아당뇨를 치료하느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가운데, 1년 여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국소아당뇨인협회에 따르면 소아당뇨(제1형 당뇨) 투병 중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스물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A양이 대표적이다. 협회 회원으로 등록되어 장학금까지 받으며 삶에 열의를 보였던 A양은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으면서 콩팥 기능이 악화돼 혈액 투석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7년 넘게 (투석을) 받아보니 나름 덤덤해졌다"며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친구가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던 모양"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 관리 까다로운 1형 당뇨병…합병증 사망 빈번·신병 비관해 극단적 선택도
협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3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A양을 포함해 5명의 회원이 숨졌다. 스물한살 K군이 2021년 저혈당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2022년 스무살 J양이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중학교 1학년 여학생과 2학년 남학생이 당뇨 합병증으로 갑작스럽게 떠났다. 전부 협회에서 제공하는 당뇨병 관리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장학금을 지원 받을 정도로 모범적인 회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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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혈당측정기 건보적용에 숨통 트였지만···여전히 고통 받는 환자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19세 미만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인슐린펌프와 전극(센서), 소모성 재료 등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한다. 소아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30%에서 10% 수준으로 낮추면서 기존에 380만 원이 넘던 경제적 부담이 45만 원 수준으로 경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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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들 “췌장장애 인정해 달라”···의료계 “중증난치질환 지정·관련 법 제정 시급”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1형 당뇨병은 드문 데다 병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초기 1-2년간 집중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은 엄마가 열일 제쳐두고 아이 케어에 집중하면서 공부를 하고 혈당관리도 잘 해줄 수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집은 그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CGM이나 인슐린펌프 같은 최신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세심히 가르쳐 주지 않으면 비관하지 않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1형 당뇨병을 '췌장장애'로 인정해 달라고 토로한다. 김광훈 회장은 "어린 아이가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평생 낯선 질병을 짊어져야 한다는 심리적 충격과 불안감, 경제적 부담, 멀리 있는 큰 병원을 오가면서 발생하는 의료비 외적인 부담까지 맞닥뜨리게 된다"며 "이번 태안 가족 사건을 통해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수많은 고통을 우리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건은 다른 당뇨병 가족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우울감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김 회장은 "단순히 요양비 지원을 추가하는 것만이 전체 문제해결은 아니다"라며 "1형 당뇨병이 장애 질환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이유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의료계에서는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은 동네 병의원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에서 관리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중증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본인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면 상급종합병원 등에서의 본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김대중 교수는 "당뇨병을 앓는 소아, 청소년, 청년은 일종의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호주, 캐나다,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1, 2형을 떠나 소아청소년 및 청년 당뇨병에 대해 별도의 관리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며 "젊은 당뇨병 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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