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쓰레기 발생량 전체 쓰레기의 절반
통계상 재활용률 99%이나 실제 활용은 낮아
건설사 순환골재 사용 의무 강화해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2022년 11월 수원아이파크시티 2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건축 당시 사용했던 건설폐기물들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 있다. 나주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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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건축을 활성화시켜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의도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낡은 아파트를 허물도록 독려하면 과연 쓰레기는 감당할 수 있을까?
매년 발생하는 건설쓰레기는 연간 8,500만 톤 내외로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절반에 가깝다. 20년 동안 건설쓰레기 발생량은 3배나 폭증했다. 건설쓰레기는 건물을 새로 짓거나 철거할 때 발생하는데, 건물 연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은 신축보다 철거할 때 40배가량 많다. 지금까지 발생한 건설쓰레기는 주로 1990년대 이전 건물을 철거하면서 나온 것일 텐데, 이제 30년 이상이 된 1990년대 이후 지어진 건물들이 본격적으로 철거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건설쓰레기 쓰나미가 덮칠 것이다.
국내 건물의 총연면적은 2022년 기준 41억㎡이며, 이 중 주거용 건물은 19억㎡로 46%다. 주거용 건물 중 30년 이상 된 것은 면적 기준으로 23.2%다. 2019년 기준 30년 이상 건물의 비율이 16.7%인 것과 비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30년 이상 된 주거용 건물의 면적은 불과 3년 만에 1억4,000만㎡ 늘어났다. 2022년 기준 30년 이상 된 주거용 건물이 모두 철거될 경우 건설쓰레기는 7억 톤 이상 발생할 것이다.
건설쓰레기는 재활용이 잘되니까 문제없는 것 아닐까? 통계 수치만 보면 건설쓰레기 재활용률은 2021년 기준으로 99.3%다. 그런데 진짜 잘되고 있는 것일까? 재활용 통계는 재활용업체로 반입된 양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재활용업체에서 가공된 순환골재가 천연골재 대신 건설 현장에 사용된 양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이보다 낮아진다.
순환골재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순환골재의 대부분은 도로 공사나 기타 건설 공사 등에서 땅을 메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콘크리트에 사용되는 자갈과 모래를 대체하는 고부가가치 용도로 사용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 정부에서는 고부가가치 용도의 사용을 장려하지만 지난해 4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의 원인으로 품질 미인증 순환골재 사용이 지목되는 등 안전 관련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순환골재 수요 대부분을 담당하는 도로 공사 등이 줄어들기라도 한다면 한편에서는 콘크리트용 천연골재 부족 문제로 골치를 앓고 다른 한편에서는 쓰레기 처리로 몸살을 앓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건설업체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제품 생산자에게 재활용 및 재생원료 사용의 의무를 강화하듯 건설업체에도 건설쓰레기의 재활용 및 순환골재 사용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건설쓰레기를 콘크리트용 골재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건설쓰레기 재활용 전문가나 업계에 물어보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재활용 업계가 난립하고 쉽고 싸게 건설쓰레기를 처리하려는 건설업체의 욕구가 맞물려 저급의 순환골재가 양산되는 시장 왜곡이 문제라고 한다. 품질관리 능력과 의지가 없는 재활용업체가 물을 흐리고 있는데, 시장이 이렇게 망가진 데는 쉽고 싸게 건설쓰레기를 처리하고 싶은 건설업체의 무책임이 한몫을 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을 누가 억누를 수 있겠는가? 다만 값은 제대로 치러야 한다. 건설쓰레기 처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제대로 내고 재건축을 하길 바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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