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 등은 지난달 26일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법관 비위 은폐’ 등 47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이에 불복해 이날 항소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 유민종)는 “사법 행정권의 범위, 재판의 독립, 직권남용의 법리에 관해 1심 법원과 견해 차가 크고 관련 사건의 기존 법원 판단과도 상이한 점이 있다”면서 “사실 인정과 법령 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항소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2심 재판을 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의 재판 결과들을 보면 기소 자체가 무리였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100% 무죄’를 받았는데 검찰이 항소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양 대법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법관 14명이 기소됐다. 이들의 혐의 가운데 ‘재판 개입’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판결을 선고받은 법관 13명은 모두 무죄가 됐다. 이는 “대법원장도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직권 자체가 없으니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따른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판사 블랙리스트’ 등 다른 혐의도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애초 법원의 세 차례 자체 조사에서 “범죄가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 사안이었다. 그런데 2018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반드시 의혹을 규명하라”고 하자 이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하면서 수사로 넘어간 것이다. 특수부 검사 30여 명이 8개월에 걸쳐 전·현직 판사 100여 명을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면서 A4 용지 500쪽짜리 책 350권 분량의 기록을 내면서 ‘트럭 기소’라는 말도 나왔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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