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허위 해명자료' 혐의만 같은 판단…상급심서 정리될듯
1심 선고공판 출석하는 임종헌 |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 실무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1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양 대법원장에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임 전 차장 등 일부 하급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재판부가 각각 유죄로 본 임 전 차장의 구체적 혐의 중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같은 혐의 사실에 대한 두 재판부의 시각이 달랐던 것이다.
결국 상급심에 가야 사법농단 의혹의 세부 혐의들에 관한 법원의 통일된 판단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 재판부와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가 모두 유죄로 인정한 임 전 차장의 혐의는 '행정처 개입을 은폐하기 위한 허위 해명자료 작성 지시'가 사실상 유일하다.
2015년 11월 법원행정처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관련 소송에 개입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심의관에게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두 재판부 모두 이 공문서상 "소송 결과에 관한 문건 내용은 작성자인 심의관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는 내용 등을 허위로 보고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이 문건을 제3자에게 행사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반면 임 전 차장 재판부는 행사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했다.
'허위 해명자료'에 관한 것 외에는 두 재판부의 판단이 상당 부분 어긋난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 서기호 전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 행정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장 비판 기사 대필 지시 ▲ 국제인권법연구회·인사모 대응방안 검토 지시 ▲ 판사 익명 온라인 카페 현황 보고서 작성 지시와 관련해 임 전 차장이 직권을 남용했거나 하급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판단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겐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다", "부당한 지시가 아니다",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임 전 차장 재판부가 일부 유죄로 판단한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위계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당시 예산 편성은 기획재정부 공무원 등의 불충분한 심사가 원인이 됐다"며 무죄로 봤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 재판부 판단이 다른 현상은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의 2심 판결문에서도 관찰됐다.
이 재판부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인사모 탄압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이 의혹에 관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는 일부 성립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는 인정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재판부는 아예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사법농단 의혹의 구체적 실체와 책임자에 대한 법원의 '교통정리'는 상급심에 가서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young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