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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일)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제주올레 완주자 97.2%, 정신 건강 좋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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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완주 건강 효과 조사 보고서

일상적 걷기보다 올레길 걷기 건강 효과 더 높다고 느껴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걷기 활동이 건강의 비결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걸음 수를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걷기와 관련된 책도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걷기가 대세인 요즘이다. 걷다 보면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 걸까?

사단법인 제주올레(대표 안은주)는 이런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제주올레 완주자 2000명을 대상으로 대한보건협회, 한국환경건강연구소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4일 제주올레가 발표한 ‘제주올레 길 완주의 건강 효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총 572명이 설문에 응답했으며 올레길 완주 후, 대부분이 건강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또 재완주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다른 어떤 걷기 활동보다 올레길을 통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기 때문이다(59.8%)’ 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으며 정신적 건강 개선(55.5%), 신체적 건강 개선(47%)이 뒤를 이었다.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는 97.2%로 거의 모든 완주자가 좋아졌다고 느꼈으며 약 90%가 올레길 완주 후 신체적, 사회적 건강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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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하 ‘우울감과 스트레스 감소 경험률’ 높아

202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인구 10만 명당 24.1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레길 완주자 대부분(97.2%)이 올레길 완주 후 정신적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30대 이하 응답자들은 ‘우울감과 스트레스 감소 경험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한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30대 이하 청년층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계층에 속한다. 수입도 적고 마땅한 일자리 찾기도 힘들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연령대이다. 올레길은 그들이 마음의 부담을 덜고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의사결정과 조직원을 통솔해야 하는 경영 리더들이야말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제주올레는 2022년부터 CEO 및 고위 관리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제주올레 길 위의 리더십 과정’을 운영하며 경영리더들이 제주올레 길에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주올레 리더십 과정에 여러차례 참여한 옥타솔루션 박만성 대표는 “업무적 긴장감과 압박감을 올레길을 걸으며 해소할 수 있었다. 제주올레 길을 걷는 행위가 곧 치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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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감소, 수면장애 개선 등 신체적 건강으로 이어져

일반적으로 걷기의 효능은 운동량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대와 심뇌혈관기능 강화, 하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며 단순한 걷기만으로도 세 가지 효능은 복합적으로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많은 응답자들이 완주 후 건강상태가 개선되었다고 느꼈으며 체력(지구력, 근력)이 좋아졌다(71.7%)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체중이 감소한 경험(44.7%)도 높게 나타났으며 폐활량 증가, 수면장애 개선, 허리 및 관절 통증 감소, 변비 감소, 장 건강 등 일상에서 느꼈던 신체적 불편함도 호전되는 걸 알 수 있었다. 과체중과 비만이 다양한 성인병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레길 걷기는 체중 감소와 성인병 예방의 특효약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지 오래 사는 게 아닌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게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올레길 완주자 중 60세 이상이 43.5%나 되고, 70대 완주자의 경우 ‘삶에 대한 의욕이 생겼다’는 응답이 다른 집단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올레길 걷기가 노인들의 사회적 건강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는 걸 시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이다”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제주올레 길 걷기가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건강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결과는 전체 완주자 4명 중 3명이 일상적인 걷기보다 올레길을 걷는 게 건강상의 효과가 더 크다고 인식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사회적 건강(사회적으로 자신의 일을 잘 수행하고 인간관계가 좋은 상태)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한 응답자가 88.1% 였다. 걷기를 통해 가족, 친구, 동료, 이웃 등과 같은 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제주올레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걷기에 대한 관심도와 그에 따른 긍정적인 세 가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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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올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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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매월 400∼500명 완주…누적 2만2737명

제주올레 27개 코스 437㎞를 모두 걸은 완주자는 매월 400~500명 정도이며, 2월 4일 기준 누적된 완주자는 2만2737명에 이른다. 이처럼 올레길이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걷기를 통해 정신적으로 치유 받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제주올레 안은주 대표는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걷기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완주자들이 긍정적으로 경험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가 일상에서 지속될 수 있게 다양한 올레길 프로그램을 기획해 더욱 가깝게 찾아가는 제주올레가 되고자 한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주올레는 서울의 역동적인 문화공간 명소로 꼽히는 서울 성수동 서울숲 내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63)에 서울센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제주올레 서울센터에서는 내달 3월부터 매월 둘째 주 목요일(3~6월, 9~10월, 12월)마다 걷기학교 개념인 ‘지금 올레’ 정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금 올레’는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안은주 대표 이사 등의 걷기 특강과 야외 교육(서울숲 걷기)으로 이뤄지며 제주올레 길을 걷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걷기에 관심있는 누구나 20일부터 신청하면 된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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