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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전쟁 피로감 부인 못해도… "우크라 난민, 여전히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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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2년, 비극과 모순]
1신-갈 곳 없어진 우크라이나 난민
독일 베를린 난민 임시 거처 르포

편집자주

전쟁은 슬픔과 분노를 낳았다. 길어진 전쟁은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우크라이나와 이웃국가의 삶과 변화를 들여다봤다.
한국일보

6일 독일 베를린 융페언하이데역 인근에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임시 숙소행 '특별 버스' 정류소가 마련돼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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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커머(New comer)? 우크라니안(Ukrainian)?"

6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 북서쪽에 있는 옛 테겔공항. 2020년 11월 비행을 끝으로 문을 닫은 공항에 '새로 왔나요, 우크라이나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 쩌렁쩌렁 울렸다. 테겔공항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그곳을 탈출한 난민들의 임시 거처가 됐다. 바로 테겔공항 난민 수용소다. 전쟁이 길어진 탓에 우방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향한 유럽의 '환대'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일보는 베를린주(州) 난민문제국(LAF) 협조를 얻어 테겔 수용소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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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 난민 수용소' 내부에 마련된 식당에서 이곳에 체류 중인 난민 또는 난민 신청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원하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중고 신발이 진열돼 있는 모습.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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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개 침실, 병원… 난민 품은 베를린 옛 공항


테겔 수용소는 주정부가 특별히 마련한 '410번 버스'로만 입장이 가능했다. 인근에 있는 융페언하이데역에서 10분쯤 달린 버스는 공항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체크인이 이뤄졌던 공항 건물과 함께 난민 숙소가 꾸려진 초대형 임시 텐트 여럿이 눈에 들어왔다. 테겔 수용소는 베를린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5,000명이 머물 수 있는데 체류하는 난민 중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출신(1월 기준 3,648명)이다.

공항 건물 내부에서는 난민 접수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때 항공편 체크인이 이뤄지던 접수대에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독일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나열한 안내문 10여 종이 쌓여 있었다.

초대형 임시 텐트 안에는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품 대부분이 준비돼 있었다. 하루 세 번 식사는 물론 중고이기는 하지만 깨끗이 세탁된 의류를 골라 가져갈 수도 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놀이시설,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되고 있다. 내부에는 우크라이나어 구사가 가능한 병원, 약국도 있다.

'작은 배려'도 보였다. 테겔 수용소는 난민들이 가족, 지인과 함께 숙소를 쓰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되찾게끔 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동반 입소도 가능하다. 사샤 랑겐바흐 베를린 LAF 대변인은 "현재 개, 고양이, 햄스터가 총 70마리 정도 있다"고 말했다. 관리 인력은 1,300명에 이른다. 보안 요원 귈렛은 "아동 보호, 노인 부축 등 도움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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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 난민 수용소' 내부에 복도를 따라 침실이 마련돼 있다.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침실 내부 모습. 한 방에는 10~14명씩 배정되기 때문에 편히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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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달래기엔 역부족"... 그래도 '내일' 꿈꾸는 둥지


물론 부족한 점도 적지는 않다. 침실 하나당 10~14명이나 배정되고, 뚫린 천장으로 소음이 새어 들어와 잠들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다. 수용소에는 사나흘 머무는 게 정상이지만 독일 내에서 난민을 지역별로 분배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려 몇 개월씩 체류하는 이도 있다. 랑겐바흐 대변인은 "수용소 생활이 길어지면 학교 입학 등을 놓칠 수 있어서 문제"라고 했다.

그래도 난민들에게는 '희망의 공간'이다. 독일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난민 지원이 넉넉한 편이라 더욱 그렇다.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은 성인 1명당 한 달에 최대 506유로(약 73만 원)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은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에도 약 150만 명의 난민을 받으며 난민 수용 경험을 축적한 국가이기도 하다. 랑겐바흐 대변인은 "여전히 하루 30~40명씩 난민 접수를 한다"며 "이들이 빠른 시일 내 안정을 찾고 독일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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