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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악의 기운 태워버리는 ‘佛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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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낙화법’ 무형문화재 지정

한지-숯 태워 정화하는 韓불교의식

‘불교낙화법보존회’서 보존-계승

“일제강점기 때도 행한 역사 지녀”

동아일보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세종시 영평사에서 열린 낙화 의식. 원행 스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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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종시는 ‘불교낙화법보존회’(대표 환성 스님)가 보존·계승해온 ‘낙화법(落火法)’을 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낙화법은 재앙을 소멸시키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한지와 숯 등으로 낙화봉을 만들어 태우는 불교 의식이다. 불이 가진 정화 능력을 불교적으로 재해석해 구체화한 것으로, 고려시대부터 사찰에서 행해졌다. 부정하고 삿된 기운을 제거하고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며, 속세의 악업을 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찰에서 계승해온 낙화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례는 예비 의식과 본의식, 재앙을 없애는 소재(消災) 의식, 축원, 자신이 닦은 공덕을 다른 중생이나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회향(回向) 순으로 진행된다. 낙화봉은 숯가루를 한지로 싸고 그 속에 생년월일과 진언(眞言·부처와 보살의 덕이나 가르침을 간직한 범어 그대로 외우는 불교 주문)을 쓴 심지를 넣어 만드는데, 이후 사찰 처마나 추녀, 나무에 매달고 ‘수구즉득다라니’ 등을 염송하면서 의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축원하며 의례를 마친다. 타오르는 불과 수행자가 하나 돼 삼매수행을 한다는 점에서 경남 함안 낙화놀이, 전북 무주 안성 낙화놀이 등 축제 성격의 낙화놀이와는 구별된다.

낙화법은 일제강점기에도 명맥을 이어왔으나 6·25전쟁과 불교 정화 운동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낙화법이 되살아나 보존·계승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시 영평사(대한불교조계종) 주지 환성 스님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5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정진할 때 만난 한 노스님에게 5종의 다라니를 편집한 ‘오대진언집(五大眞言集)’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책의 한 빈 곳에 숯과 소금, 향을 태워 불꽃을 떨어뜨리는 낙화법과 낙화법의 핵심 진언인 대수구대명왕대다라니, 육자진언 등이 적혀 있었던 것. 대수구대명왕대다라니는 일체여래를 비롯해 불·보살과 삼보에 귀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앙과 재난을 소멸하고, 번영을 성취하는 진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재 의식에서 염송했을 육자진언은 모든 업장을 소멸시키고 공덕을 얻게 한다. 모두 민간에서 행하는 불꽃놀이에서는 볼 수 없는 절차들이다.

낙화법 계승자 중 한 명인 원행 스님(세종 광제선원 주지)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기록에도 부처님오신날에 전국에서 낙화가 진행됐다고 나올 정도로 낙화법은 연등회와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대표하는 세시풍속”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에만 있는 불교 의례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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