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호텔 예약 전년비 20%, 30% 증가
공연 앞두고 암표, 티켓 사기까지 기승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싱가포르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콘서트를 연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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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싱가포르 콘서트를 앞두고 동남아시아가 들썩이고 있다. 초대형 행사가 열리는 싱가포르는 공연 전부터 경제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동남아 곳곳에선 암표라도 구하기 위한 티켓 전쟁과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스위프트 유치전’에서 싱가포르에 밀렸던 인근 국가들은 또 다른 해외 유명 가수를 유치하겠다며 각종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5000만원짜리 콘서트 패키지도 매진
27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와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다음 달 2~9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열리는 스위프트 콘서트를 앞두고 싱가포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주변 국가에서 팬이 몰리면서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출발하는 싱가포르행 항공편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주요 호텔 투숙객 수도 30%가량 늘었다. CNA는 “상당수는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최고급 호텔로 여겨지는 마리나베이샌즈가 선보인 5만 싱가포르달러(약 5,000만 원) 상당의 ‘스위프트 패키지’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공연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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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스위프트는 동남아 국가 중 싱가포르에서만 공연한다. 인구 6억 명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콘서트인 까닭에 지역 '스위프티(스위프트 팬을 지칭)'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주요 매체들도 연일 콘서트 전망이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티켓을 손에 넣은 자국민의 눈물겨운 ‘티켓 구매기’ 등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피해액 3억 넘는 티켓 사기 기승
높은 인기만큼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동남아 곳곳에서 콘서트 티켓 '리셀(되팔기)'과 암표 거래는 물론 사기 사건도 기승을 부린다. 필리핀 뉴스 채널 GMA는 “100명 넘는 필리핀인들이 온라인상에서 스위프트 티켓을 저렴하게 판다는 글에 속아 넘어갔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액만 1,500만 페소(약 3억5,000만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속출하면서 동남아판 ‘당근마켓’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은 26일 아예 6개국 자사 사이트에서 스위프트 티켓 거래를 막는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대만이 대상이다. 수린 탄 캐러셀 최고 책임자는 “사기꾼이 공연 직전까지 티켓을 구하지 못해 공황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거래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호주 공연 마지막 날인 지난 13일 멜버른에서 팬들이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멜버른=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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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익+국가 인지도 상승 효과"
주변국은 싱가포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6회의 짧은 콘서트로 경제 이익은 물론, 전 세계에서 국가 홍보 효과까지 거머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최대 금융사 메이뱅크 에리카 테이 거시경제연구 책임자는 미국 CNBC에 “스위프트 콘서트로 약 3억5,000만~5억 싱가포르 달러(약 3,500억~5,000억 원)의 관광 수입이 창출될 것”이라며 “스위프트가 현지에서 식사하거나 관광지를 둘러볼 경우 국가 인지도 상승이란 부가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각국 정부는 향후 자국에도 세계적인 가수를 유치하겠다며 각종 ‘유인책’을 앞다퉈 공개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25일 "우리도 월드 클래스 인사를 태국에 데려올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며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태국에 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콘서트 관람객 비자 면제, 공연장 내 음주 규정과 유흥업소 영업 시간 변경 가능성도 내비쳤다.
산디아가 우노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은 “우리도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경제)’가 필요하다”며 대형 문화·스포츠 행사 유치를 위한 1조 루피아(약 960억 원) 규모의 기금 조성 방침을 밝혔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 역시 싱가포르 사례를 언급하며 “대규모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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