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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中企선 20대·50대 정규직 모두 최저임금 언저리… “미래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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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재단-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12대88의 사회를 넘자’

[1] 반월·시화공단 노동자의 시름

조선일보

지난달 26일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인근의 한 환경 측정 대행 업체에서 일하는 20대 근로자 김나연(가명)씨가 반월 국가산업단지 주변을 걷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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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22·가명)씨는 경기 안산시와 시흥시에 걸쳐 있는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인근의 한 환경 측정 대행 업체에서 3년째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 과연 이곳에서 계속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고졸 김씨는 이 산단의 공장에서 배출하는 유해 물질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분석하는 사무직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며 매달 240만원 안팎이 통장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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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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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쯤 홀로 자신을 키우며 돈을 벌었던 아버지와 안산으로 이사를 왔다. 중학교 때 반 5등 안팎은 할 정도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를 돕기 위해 바로 취업이 가능한 특성화고로 갔고, 친구들과 비슷하게 이 산단에서 첫 직장을 얻었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해보니 지금 월급에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한 달 25만원 안팎이었다. 그는 “이미 동창들은 연봉 100만원이라도 더 주는 곳을 찾아 타지로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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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통계청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 기준 고졸 근로자는 2022년 기준 전국 410만여 명으로 전체의 35%다. 평균 임금은 월 288만원으로 대졸 이상 근로자(약 435만원)의 66%다. 대졸 직원 중심의 대기업과 고졸 근로자들이 많은 영세 협력업체 간의 격차 탓에 묵묵히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월급 역시 최저임금 언저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월·시화 산단은 약 40년간 ‘뿌리 산업 집적 단지’로 불렸다. 부지가 여의도 11배 크기인 32㎢에 기업 약 2만곳이 입주해 있다. 95% 이상이 직원 50인 미만이고, 상당수가 대기업 1~5차 협력업체다. 해마다 대기업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산단 입주 기업의 1곳당 평균 생산 규모는 2013년 약 48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37억원으로 24% 줄었다. 반면 국내 500대 기업 매출 규모는 2022년 약 4060조원으로 10년 전(2504조원)에 비해 60% 가까이 늘었다.

김나연씨 역시 매달 240만원을 손에 쥐지만 월세·관리비로 월 50만원, 원룸 보증금 원리금으로 40만원, 통신비와 보험 등 각종 생활비를 빼면 남는 돈은 40만원 남짓이다. 여기에 20만원은 학점은행제 수업을 듣는 데 쓴다. 연봉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자신에게 하는 투자다. 전엔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일러야 30대 중반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얇은 통장 때문이다.

공장에서 오래 일한 근로자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5년 차 공장 근로자 박순애(58·가명)씨도 일주일에 5일 총 40시간쯤 일하는 정규직이지만, 매달 손에 쥐는 월급이 210만원쯤이다. 전북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학업과 섬유 공장 일을 병행했다. 고교 졸업 후 수도권에서 판촉 사원 등으로 일하다 일자리를 찾아 안산으로 향했고, 2010년대 초 산단 공장에 취업해 지금에 이르렀다. 적은 월급이지만 박씨는 “이 나이에 계속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산단에서 마주치는 청년들이 눈에 밟힌다고 한다. “젊은 친구가 저보다 적게 받기도 한다던데요? 그 돈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나요? 젊은이들에게는 이제 좀 다르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특별취재팀〉

▷팀장=정한국 산업부 차장대우

조유미·김윤주 사회정책부 기자

김민기 스포츠부 기자

한예나 경제부 기자, 양승수 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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