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재단-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공동 기획]
[12대88의 사회를 넘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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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의 메카 중 한 곳인 거제는 최근 서울·경기 등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청년 근로자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고심하고 있다. 거제는 원래 직간접적으로 조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70%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20~30대 주민등록인구가 2014년 2월 7만5745명에서 2024년 2월 4만5683명으로 39.7% 줄었다.
지난달 21일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만난 한 협력 업체(하청) 대표는 “최근 간신히 10년 불황에서 벗어나 일감이 생기고 있는데, 막상 일할 사람이 없다”며 “이건 거제를 먹여 살려온 조선업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라고 했다.
청년들이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도권 등으로 떠난 것은 문화 생활을 누리거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등의 단순한 허영이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조선소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해도 미래를 설계하며 살 수 없을 거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큰 요인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노동 강도는 여전히 높지만, 임금 수준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이다.
조선 대기업보다 영세한 협력 업체가 일손 공백의 충격을 받고 있다. 한 조선소 협력 업체 대표는 “가뜩이나 불황을 겪은 데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조선소에서 주말 특근이나 야근 등이 불가능해지며 임금이 더 줄었다”고 했다. 그는 “수입이 줄어 조선소에서 퇴근하며 오토바이 뒷좌석에 배달 통을 달고 나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많은 협력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숙련공이 아니고 언어 장벽도 높아 생산성이 떨어질까 우려도 크다.
청년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결국 처우 개선이 핵심이라는 게 협력 업체 안팎의 얘기다. 협력사 대표 A씨는 “대기업과 협력사 등이 만든 상생 협약에도 포함돼 있듯이, 대기업이 하청에 주는 공사 대금(기성금)을 지금보다 올려 근로자들의 월급이나 복지 등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정한국 산업부 차장대우
조유미·김윤주 사회정책부 기자
김민기 스포츠부 기자
한예나 경제부 기자
양승수 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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