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개 전부터 화제 몰이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은 25명의 반 학생들을 통해 여러 인물 군상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학교 폭력 주동자 백하린(장다아), 이에 맞서는 전학생 성수지(김지연), 도움을 주는 반장 서도아(신슬기). /티빙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픈 현실을 보여주는 새로운 ‘오징어게임’.”
학교 폭력 소재의 한국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을 두고 영국 방송 BBC가 최근 이렇게 보도했다. BBC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비영어 시리즈인 오징어게임 이후 약 3년 만에 나온 피라미드 게임이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둘의 공통점으로 “게임에 기반해 폭력 등 현실의 문제를 더 쉽게 소화할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지난달 29일부터 OTT 티빙이 공개 중인 10부작 드라마다. 해외 공개 전이지만, 올해 유럽 최대 시리즈물 행사인 프랑스 ‘시리즈 마니아’에 한국 작품으로 유일하게 초청돼 외신들이 앞서 리뷰를 내놓고 있다.
피라미드 게임은 현재 국내에서도 화제다. ‘더 글로리’에 이은 ‘학폭물’로 원작은 웹툰. ‘왕따’와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로 공감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출연해 호평을 받은 아이돌 출신 배우 김지연과 예능 ‘솔로지옥’ 출연자 신슬기,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친언니인 배우 장다아 등 출연진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드라마 채팅방에는 다음 화 공개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통해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가상의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선 매달 한 번 ‘피라미드 게임’이라는 인기 투표를 한다. 득표 순으로 학생들의 계급을 나눈다. 한 표도 받지 못하거나 게임을 거부한 F등급 학생은 공인된 왕따가 되고 심각한 괴롭힘을 당한다. 게임이 시작된 이유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학교 폭력이 성립되는 구조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말단 등급마저도 F등급을 무시하는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 ‘드라마를 위한 설정일 뿐이라 생각하겠지만 때로 현실은 이보다 더하다’(키노라이츠) 같은 시청자 후기도 나온다. 영국 평론지 NME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공간(학교)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심리적 폭력의 결과와 이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신랄하게 반영한다”고 평했다.
그래픽=김의균 |
주인공인 전학생 ‘성수지’는 게임의 빈틈을 찾고, 반 학생들과 손을 잡아 게임(학교 폭력)을 전복시키려 한다.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이런 시도가 가능할까’라는 상상을 하며 보게 된다. 피라미드 게임의 박소연 감독은 본지에 “왕따 투표는 (주변의) 무관심과 (구성원의) 무의식 속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폭력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학생들의 심리와 두뇌 게임을 통해 해결되는 구성이 작품의 특별한 점”이라고 했다. 이어 “주인공의 ‘괴물도 옮는다’라는 대사처럼 폭력은 이미 현실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한국 사회의 묵직한 이슈를 담으면서도 재미까지 더해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는 작품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오징어게임’과 ‘더 글로리’에 이어, 최근 ‘영끌족’ ‘N포 세대’의 벼랑 끝 모습을 그린 ‘LTNS’, 구직 실패 등으로 자살을 택한 뒤 실수를 깨닫는 이야기 ‘이재, 곧 죽습니다’ 등도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박소연 감독은 “과거에는 조금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소재들을 표현할 수 있는 (OTT 같은) 플랫폼이 많아졌다”며 “모든 대중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여러 사회적 소재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것 같다”고 했다. 웹툰·웹소설 시장 성장으로 다양한 소재가 주목받게 된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자극적’이고 ‘잔인하다’는 평도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BBC는 게임 등을 차용한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해 “문화를 초월한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매우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김민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