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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첫 장애인 국회의장 가는겨"…'대전 유성' 이상민의 6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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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빅매치 르포]'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대전 유성을② 이상민 국민의힘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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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오후 3시 대전 유성구 선거사무소에서 장애인단체 건의사항을 전달받고 있다. 대전지체장애인협회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국민의힘 후보 지지에 나섰다고 한다. /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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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3시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10여명이 각종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선거철에만 장애인에 반짝 관심을 갖는 정치에 희망을 버렸다면서도 자신들과 같은 처지인 이 의원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겠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지체장애인 A씨(50·남)가 "6선에 성공해서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인 국회의장이 돼달라"고 하자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이내 박수와 환호로 가득찼다. 곳곳에서 "꼭 당선되셔서 장애인들을 위한 목소리 낼 수 있으면 좋겄슈" "장애인들의 대부로서 첫 국회의장 가는겨"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체장애인 가족 B씨(34·여)도 "휠체어를 타는 불편함은 장애인과 그 가족만 알기 때문에 이상민 의원은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분"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변경한 것보다 장애인들의 권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4·10 총선 지지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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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오후 3시 대전 유성구 선거사무소에서 장애인단체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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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보호'…與가 의제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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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도전하는 국회의원 이상민 '20년 여정'.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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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생후 6개월 때 소아마비에 걸려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에 장애가 생겼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에 굴하지 않고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10년 이상 활동했다. 그는 2004년 총선부터 현재까지 20년간 대전 유성에서 5선에 성공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민주당에서 탈당했다. 당내 소신파로 분류됐던 그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변질됐다며 쓴소리꾼을 자처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 제의를 받고 여당에 입당해 유성을 후보로 4·10 총선을 준비 중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국민의힘의 약한 고리였던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의제를 주도하며 기존 과학계는 물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대전지체장애인협회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보수정당 후보 지지에 나섰다고 한다.

이 의원은 총선 공약으로 자립형 장애인 쉼터와 장애부모 양육지원센터 설립,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의 최저임금 소득발생 시 지원금 비공제 등을 내놨다. 이 공약들은 그동안 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했던 의제이지만 이 의원이 주도권을 잡고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민심의 지조' 지키고자 탈당...20년간 민심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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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대전 유성구 북대전 IC 인근에서 거리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이상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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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최근 거리에 인사를 나갔더니 어느 분이 '지조 지키세요'라고 비판을 하시더라"면서 "저는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었고 '민심의 지조'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탈당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성을은 국민의힘에서 험지 중 험지로, 불구덩이에 화약을 가지고 뛰어드는 심정으로 나왔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은 정부 여당의 힘을 활용해 어려운 계층에 좀 더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과학기술 발전, 지역과 국가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만나는 민심은 20년 간 가장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이 의원이 이날 북대전 IC(나들목) 앞에서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자 상당수가 호응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C씨(52·남)는 자동차를 세우고 "민주당이 황정아 박사를 후보로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이재명 사당을 찍을 순 없다"며 "여론조사가 좋진 않지만 힘내시라"고 했다. 50대 남성은 "민주당 후보는 과학은 잘 알겠지만 유성은 잘 모를 것 같아 고민된다"고 했다.


"R&D 예산 삭감, 與野 합의 있어…민주당 발뺌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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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오후 3시 대전 유성구 선거사무소에서 대전지체장애인협회 지지 선언을 받고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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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올해 R&D(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줄어 26조5000억원으로 확정된 데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1차적 책임이 있으나 예산안 확정은 국회 심의 과정을 통해 확정된다"며 "여야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이제 와서 발뺌해선 곤란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을 위해 △정년 65세로 환원 △과학기술인 연금 확충 △과학기술인 예우 공간 조성(기념 공원, 거리, 명예의 전당 등) △과기부총리제 승격 등을 약속했다.

그는 "집권여당으로서 내년 예산에 과학기술 R&D 예산 전부 복원을 원칙으로 하고, 긴급 예산은 올해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R&D 예산, 세출 예산의 5% 의무 법제화를 통해 안정적 지원을 거듭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 유성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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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을 정보. /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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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선거구였던 대전 유성은 인구 증가로 2016년 20대 총선부터 갑·을로 분구됐다. 유성을은 국내 최대 규모 연구단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게 특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해 2200여개 기업에서 4만8000여명이 종사하고 있어 '과학 1번지'로 불린다. 민주당이 안정적 R&D(연구개발) 예산 지원 등을 강조해온 곳으로 대전에서 민주당세가 가장 강한 지역 중 하나다.

역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2000년대에 들어 민주당 후보가 잇따라 당선됐다. 민주당계로 당선됐다가 자유선진당으로 적을 옮겨 당선된 이상민 의원(2008년·18대 총선)이 유일한 예외다. 다만 유성 내 부촌인 스마트시티와 군 부대인 자운대를 중심으로 보수 정당 표가 나오는 편이다. 최근 유성 지역 아파트값 상승으로 보수 성향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유성 터줏대감' 이상민 현역 의원을 앞세워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2004년 제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유성에서 내리 5선을 한 이 후보는 지난해 말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우주 과학 전문가' 황정아 후보를 내세웠다. 황 후보는 KAIST 출신으로 2007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인공위성 등을 개발해 오다가 현 정부의 R&D 예산 삭감 문제 등에 반발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당 영입인재 6호다.

대전=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대전=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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