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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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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 수사권 관해선 ‘대륙법계’ 주장하더니…검사 탄핵에선 ‘영국·미국’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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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헌정 사상 최초의 검사 탄핵 사건인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이 열린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재판관들이 앉아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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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영국·미국에선 사법작용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검사 탄핵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 기소’의 책임을 묻는 안동완 검사(부산지검 2차장검사)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이다. 국회 측은 검사가 공소권을 독점하는 한국 제도에서는 탄핵으로 공소권 남용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8일 안 검사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해 헌재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명의 의견서를 냈다. 헌재가 “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2010년 유씨의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는데 안 검사는 2014년 다시 수사해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2021년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다. 국회는 안 검사의 행위가 ‘보복 기소’로 위헌·위법하다며 지난해 9월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법무부는 약 30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안 검사의 행위는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어 “안 검사가 직권(직무권한)을 남용한다는 의사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법원이 공소권 남용으로 평가했다고 해서 검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특히 법무부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사법작용에 대해 ‘절대적 면책(책임 면제)’을 한다”며 함부로 검사의 공소제기를 탄핵사유로 삼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검사의 공소제기에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사가 위축될 수 있고 그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는 것이다.

법무부 의견서는 안 검사에게 유리한 내용이다. 안 검사 측도 “헌재가 안 검사를 파면하면 검사의 준사법적 결정에 엄청난 위축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법무부와 비슷한 주장을 해왔다. 지난달 12일 최종변론에서 안 검사 측 이동흡 변호사는 “헌재가 법무부 의견서를 잘 살펴봐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국회 측은 한국이 영·미 국가와 체계가 달라 절대적 면책제도가 적용될 수 없고, 검사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해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사의 권한이 막강하고 독점적인데 사법작용이라는 이유로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준다면 헌법 질서에 미치는 해악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유리문에 태극기가 비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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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쟁의 땐 “대륙법계 검사제도”, 탄핵심판 땐 “영·미선 면책”
법무부 “사법작용 위축 우려는 법체계 불문, 일반적 견해” 해명


법무부의 ‘검사 절대적 면책’ 주장은 2022년 6월 ‘검찰 수사권 축소법’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때 펼친 주장과 배치된다. 당시 법무부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서 “한국은 대륙법계 모델로서 준사법기관이자 수사의 주재자, 법치주의 수호 대표기관으로서 검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영·미 법계 검사 모델과는 본질을 달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는 한국이 독일·프랑스·일본 등 대륙법계 검사제도라고 했다가 검사에 대한 책임 추궁 절차인 탄핵심판에서는 영·미 법계 제도를 예시로 들어 면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당시 청구인 중 한 명이었다.

법무부는 ‘권한쟁의심판과 안 검사 탄핵심판 때 주장이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경향신문 질의에 “현재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판사·검사 등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자에 대해 섣불리 재판·소추 등의 결과에 관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사법작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은 법체계를 불문하고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2월 검찰의 보복 기소를 인정하고 검찰총장 사과를 권고한 적도 있다. 과거사위는 권고문에서 “검찰이 이미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우성을 추가 기소한 것은 공소권을 남용한 보복성 기소”라며 “잘못된 검찰권 행사에 의해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검사 건은 헌정사상 최초의 검사 탄핵심판 사건이다. 헌재는 변론을 종결한 뒤 현재 최종 심리 중이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이 확정된다.


☞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심판 변론 종료···선고만 남았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3121732001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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