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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의·정 갈등 실마리 찾을 수 있나···전공의 “요구안 안받아들여지면 다시 누우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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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전협 위원장, 내부 공지

“총선 전 해결 시도할 가치 있어”

경향신문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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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이탈 7주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 측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지만, 전공의들 내부에서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히고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 충분한 시간,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10일 총선 전에 한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성사됐다.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난 뒤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일정 응하지 않은 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아왔다.

다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간극이 크다. 박 비대위원장은 “2월20일 (대전협)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대통령에게 기존과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전공의들이 내놓은 요구사항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대전협 측의 요구를 직접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수천명이 일시에 병원 출근을 거부했던 지난 2월20일 대전협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에 근거가 없다면서 그동안 필수의료 지원,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소홀했던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며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같이 논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료법 제59조(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을 전면 철회하고 전공의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라”고도 요구했다.

전공의들 내부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만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반대하는 전공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과 박단 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젊은 의사(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단 비대위와 11인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며 젊은 의사들의 의견은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만남은 자연스럽게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내부 공지를 통해 “요구안에서 벗어나는 밀실 합의는 없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의정갈등이 20년 이어졌지만, 단 한 번도 대통령이 직접 자리에 나선 적은 없다. 2월 말부터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의 대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무대응으로 유지했고, 그 결과 행정부 최고 수장이 직접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어 “지난 7주 내내 얘기했듯이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선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한 뒤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며 “오늘 당장 변하는 건 없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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