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국제유가 흐름

국제유가 90달러 뚫었다…Fed 매파 “올해 금리 인하 의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배럴 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재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목표 물가 상승률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구간(last mile)’이 ‘울퉁불퉁(bumpy)’해 지면서 6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에서도 현재 같은 물가 상승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기준금리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강경 발언까지 나왔다.



국제유가 5개월 만에 90달러



중앙일보

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로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1.3달러) 오른 배럴 당 90.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배럴 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27일(배럴당 90.45 달러)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으로 인해 중동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였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도 배럴당 86.59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4%(1.16달러) 올랐다.



중동 불안으로 원유 공급 제한 우려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을 이끌었던, 지정학적 위기는 이른 시일 내 해결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러시아도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3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협의체(OPEC) 플러스(+) 는 지난 2022년부터 이어져 온 자발적 감산을 6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런 감산 기조는 올해 하반기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원유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다음 달부터 미국의 최대 휘발유 소비 시기인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된다는 점도 변수다.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면, 가뜩이나 오르는 국제유가 불을 붙일 수도 있어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휘발유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올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최근 이맘때의 평균보다 3% 낮으며, 이는 지난 5년 중 최저치에 가깝다”고 했다.



“물가 횡보하면 올해 금리 인하에 의문”



국제유가 상승에 물가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하락세는 그간 에너지와 상품 가격을 낮추면서 글로벌 물가 상승률 둔화를 주도했었다. 하지만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국제유가 마저 따라 오르면 물가 상승률이 재반등할 수도 있다.

중앙일보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더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4일(현지시간)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자신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계획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것을 넘어서, 올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강경해진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Fed 내에서도 ‘매파(긴축정책 선호)’로 분류된다.

다른 Fed 인사들도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고,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Fed가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며 “아무도 물가 상승률이 다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기준금리에 대한 가장 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물가 상승률 목표 수준인 2%로 지속해 둔화하고 있다는 더욱 큰 자신감을 가지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물가 지표가 단순한 튀어 오름(bump) 이상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했다.



미국만 바라보는 한은, 셈법 복잡해져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원래는 Fed가 오는 6월부터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한은도 이에 따라서 금리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춘다면, 한은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스케줄도 꼬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낮춘다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국제유가 상승 분위기는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부담이 된다. 최근 농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튀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국내 경기에 악영향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여전히 6월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금리를 낮추지 않는다고 해도 한은은 한국 경제의 전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은 미국과 달리 경기 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에 미국만 바라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마냥 늦출 수는 없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