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공격]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나서면… 세계 원유 공급망 대혼란 불보듯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밀어넣을수도… 美연준 금리인하 더 미뤄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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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발발한 직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란의 직접 참전이 아닌 ‘대리전’ 형태가 이어지자 올해 1월 초 70달러대까지 떨어졌었다.
13, 14일(현지 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을 나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벤 카힐 시니어 펠로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 대립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며 “(후티 반군이 공격한) 홍해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 항로가 없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럴당 100달러는 훌쩍 넘을 것이라고도 봤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석유 2100만 배럴이 통과한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21% 수준이다.
이미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근원물 가격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영사관 공격이 전해진 이달 1일 배럴당 87달러 선까지 뛰었고, 12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장 중 92.18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장 중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이란의 공습이 시작된 뒤 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전시내각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누구든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공격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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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의 재보복으로 인해 사실상 중동 전역으로 전장이 확전되는 ‘5차 중동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 원유 공급망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1973년 발발한 4차 중동전쟁은 당시 1차 석유파동과 10년 이상 이어진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를 불러왔다. 앞서 세계은행은 “4차 중동전쟁 때처럼 석유 금수 조치가 이뤄지면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백안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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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과 다르다면 미국이 주요 원유생산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 해도 각국이 인플레이션 전쟁의 막바지에 있기 때문에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의 6월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갔다고 시장이 내다보는 상황에서 중동전쟁 확전으로 인하 시점이 더욱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오스턴 굴즈비 미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에서의 확전은 “직접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높일 뿐 아니라 석유는 모든 경제활동의 기본이기 때문에 공급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연준에 와일드카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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