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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갈림길 선 ‘이 남자’ 선택은”...시나리오 세 가지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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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는 건재하다” 15일(현지시간)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오른쪽)이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북부 네바팀 공군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이곳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서 ‘초음속 탄도미사일’로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장소다. 네바팀 기지가 건재하다고 반박하는 차원에서 할레비 총장이 이날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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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서방의 필사적인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재보복을 기정사실화하자 보복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현지언론은 “전면전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고통스러운 보복”이자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이 반대하지 않을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세 가지 보복 시나리오를 놓고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 이란 비밀 핵시설 공격
- 美·EU 등 서방국가 선호
이스라엘은 이란을 가장 뼈아프게 할 방식으로 이란 내부에 숨겨져 있는 핵시설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핵시설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이란에 인명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는 기본 ‘룰’에 부합하는 선택지다.

특히 이란 핵시설 무력화는 이스라엘이 ‘그림자 전쟁’을 하면서 오랜 기간 비밀리에 추진해 온 전략이기도 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취임 직후부터 이란의 핵은 이스라엘에게 미래의 재앙이라며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이스라엘은 2010년대부터 정보기관 ‘모사드’를 동원해 본격적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있다. 2020년 이란의 유명 핵과학자인 모센 파흐리자데를 이란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원격조종 기관총에 의해 살해됐고, 2012년 우라눔 농축 분야 권위자였던 핵과학자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샨이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핵시설을 표적 공격하는 방식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과 서방이 반세기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이란 경제제재의 핵심 사유가 바로 이란의 핵개발이다. 이란 핵 저지는 미국의 어느 행정부든 중동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초당적인 목표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스라엘의 공격 방식은 이란의 핵시설 타격으로 보인다”며 “이는 민간인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이란에게는 굉장히 뼈아픈 방식이며 동시에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가 덜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다만 작전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세계 분쟁 전문 글로벌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디나 에스판디어리 중동·북아프리카 수석 고문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핵시설을 실제로 타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타격 목표 계층 구조에서 핵시설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 등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공격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떠한 공격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 軍기지 기습·수뇌부 사살
- 이란 방식 그대로 앙갚음
건국 초기부터 수많은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은 자국이 공격받았을 경우, 똑같은 방식으로 최소 2배로 앙갚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스라엘의 악명높은 ‘다히야 독트린’을 생각하면, 이란의 공격을 받았을 때 이스라엘이 즉각 반격한다는 전망은 자연스러운 예측이었다. 다히야 독트린은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반격으로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까지 감수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화로 반격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하고, 유럽도 외교 채널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적극 말리면서 공격은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동맹국들과 대응 방식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 방식을 차용하되 보다 정밀한 타격으로 공격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한적이면서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공격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중요한데, 전문가들은 이란 내외 군사 기지, 무기 창고나 미사일·드론 발사대 등이 공격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군 자산에는 이란의 고위 군인들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타격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요인들을 사살한 방식을 그대로 다시 꺼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나단 로드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중동 안보 책임자는 FP에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지휘한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예전부터 이스라엘의 표적이었다”며 “이란 밖의 지휘관들에 대한 강력한 암살 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FP에 말했다.

3. 후티 등 친이란 세력 표적
- 본토 공격보다 더 부담
레바논 헤즈볼라나 예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무장단체를 타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와 크고 작은 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공격으로는 국민들에게 ‘보복을 했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 이 시나리오를 선택할 경우 과거와 차별화되는 수준의 임팩트 있는 공격이 예상된다.

다만 이같은 대응은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 이스라엘에 더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바논 헤즈볼라는 1990년대부터 이스라엘과 직접 군사적으로 충돌해왔다. 2006년 7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34일 동안 ‘제2차 레바논 전쟁’을 치렀는데, 피해는 헤즈볼라가 더 컸지만 이스라엘도 게릴라전에 고전하면서 승리하지는 못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에 따르면 헤즈볼라 병력 규모는 예비군을 포함해 최소 6만명이다. 2006년 1만4000기 수준이었던 미사일은 현재 15만여 기로 추정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단거리 미사일도 수천 기 보유하고 있으며 이란제 정밀 유도 미사일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장 큰 위협으로 헤즈볼라를 꼽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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