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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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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나를 싸가지 없는 괴물 만들어…그게 오히려 당선 기여” [22대 국회 당선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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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을에서 당선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4·10 총선 최고의 화제 인물로 꼽힌다. 야권 지지층이 두터운 곳에서 거대 양당과의 3자 구도를 뚫어냈고, 선거 초반 절대적 약세를 딛고 막판 역전극을 벌여서다.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26세의 나이로 합류해 정치에 입문한 그가 네 번째 국회의원 도전 만에 얻은 첫 금배지였다.

선거 닷새 만인 지난 15일 국회 본청 개혁신당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동탄 아파트 100개 단지를 다 돌았을 정도로 사력을 다한 선거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쉰 목소리가 계속 갈라져 물부터 찾았고, 1시간여 인터뷰 중간에 “도저히 안 되겠다”며 잠시 휴식을 청한 뒤 에너지 드링크를 벌컥벌컥 비운 뒤에야 다시 인터뷰에 나섰다. 강한 조명 탓에 자기도 모르게 졸음까지 몰려와 고개를 떨구기 일쑤였던 그는 용케도 답변할 때는 또렷이 자기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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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에 선출된 다음 날인 2021년 6월 13일 당시 서울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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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제가 싸가지 없고, 동네에서 막말하고 다니고, 여성을 혐오하는 인간이었다면 화성이 아니라 어느 지역구에서도 10%도 못 받았을 것”이라며 “(여권이) 이준석을 괴물처럼 만들어놨는데, 유권자 입장에서는 ‘만나 보니 굉장히 잘하더라’며 오히려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불가능한 인간상을 그들이 저한테 씌워놓은 것”이라며 “저를 까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이 제 당선에 기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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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5일 여의도 국회 본청 개혁신당 대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도중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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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키며 ‘0선 30대 대표’가 됐던 그는 보수 정당 최연소 대표로서 이듬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친윤 주류와 극한 갈등을 빚으며 대표직에서 쫓겨났고, 결국 지난해 12월 탈당으로 여권과 결별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며 “가만히 놔두면 둑을 막지 못할 것이고, 사실상 통치 불능 상태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미 늦었지만, 대통령이 개헌해야 한다”며 “4년 중임제 개헌도 나쁘지 않지만, 내치와 외치를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 내내 신어 해어진 느낌의 회색 운동화를 신고 온 그는 “허은아 의원이 사줘서 계속 신고 다니고 있다”면서도 “요즘 벤처 CEO들이 신는 신발”이라고 했다. ‘벤처 정당’으로 일컬어지는 개혁신당 성과에 대해 “온라인 당원 중심이라 창당 비용이 거의 안 든 개혁신당은 의석수는 적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동시에 당선시킨 유일한 정당”이라며 “지역 기반이 아닌 세대 기반 정당을 시도해 극단적으로 젊은 세대가 몰려 있는 화성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은 지역구 1석, 비례 2석으로 등 총 3석을 얻었다. 범(汎)야권에 속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과는 태생부터 달라 범여권으로도 분류된다. 그런 만큼 개혁신당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보수·진보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보수라고 하는데, 그 분이 어떻게 보수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볼 수 있는데, 굳이 답한다면 저도 보수적 자유주의자”라고 했다. 또한 “개혁신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라고도 했다.

야권이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엔 어떤 입장인가.

A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특검이 적절하다. 하지만 명품백 의혹은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국정조사 대상이다. 민주당식 김건희 종합 특검은 한 사람을 털기 위한 반(反)헌법적 도구가 될 수 있어 반대한다.”

Q : 민주당은 다음달 2일 채상병 특검 처리를 예고했다.

A : “국민의힘이 완전히 다른 전향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항명죄 등으로 군 검찰이 기소한) 박정훈 대령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윤 대통령 탄핵 요건이 성립한다고 본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작살내려고 대통령 권력을 쓴 것인데, 어떻게 대통령의 통치행위겠나.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겠다고 하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면 국민도 (채 상병 사건 처리를) 기다려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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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2대 총선 다음날인 11일 새벽 경기도 화성시 여울공원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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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6일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날이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를 합해 총선에서 108석을 얻어 참패했고, 한 전 위원장은 총선 다음날 사퇴했다. 이 대표는 “정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 저는 대단한 각오가 있는 줄 알았다”며 “각오는 없었고 실력은 더더욱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Q :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누구 책임이 더 큰가.

A : “한 전 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 까다가 망한 것 아니냐. 띄워주면 누가 못하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안 겪어봤느냐. 한 전 위원장이 얻은 차기 지도자 20%대 지지율은 김무성 전 대표도,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때 얻었던 수치다. 거기에 도취해서 선거 치른 게 문제다.”

Q : 여권에선 ‘한동훈 당권 도전설’이 돈다.

A : “‘팀 윤석열’은 사라져야 한다. 아무리 본인은 윤 대통령과 다르다고 해도 누가 믿겠나. 한 전 위원장도 윤 대통령에 할 말을 못 하니 ‘팀 윤석열’이다.”

이번 총선에선 이 대표를 포함해 80년대생 당선인은 총 15명(지역구 기준)이다. 지난 총선 6명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 대표는 “80년대생이 22대 국회에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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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누구를 주목하나.

A : “민주당에는 이소영(경기 의왕-과천) 의원이 있고 국민의힘에도 김재섭(서울 도봉갑)·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이 있다. 젊은 정치인이 민주당 ‘처럼회’처럼 전위부대로 사용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80년대생 여야 당선인 모임을 구성해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겠다.”

Q : 정치인 이준석의 가장 큰 라이벌은.

A : “우리 당의 천하람(비례) 당선인이다. 천 당선인은 야심이 크다. 한 치 앞만 보고 정치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성장할 거다. 586은 바보같이 자기들끼리 희한한 경쟁을 하다가 대선 후보 한번 못 내고 끝났지 않았나. 우리 세대는 다를 것이다.”

Q : 다음 대선엔 출마하나.

A : “국내 정치나 정치의 기술 등은 잘하는 편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외교·안보 분야는 큰 틀에서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공부하지 않아서 외교·안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국가와 국민에 상당히 미안한 상황이 올 것 같다. 물론 절대적인 능력치를 말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라고 준비가 됐겠나.”

허진·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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