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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홍콩 앞세운 시진핑의 ‘코인 굴기’… 美·中 가상자산 패권 경쟁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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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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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하자, 중국도 홍콩을 새로운 가상자산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본토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홍콩에 대해서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홍콩은 최근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의 출시를 허용한 데 이어, 조만간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거래소의 설립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는 본토의 자금이 홍콩으로 유입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승인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발행과 매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화샤기금과 하베스트펀드, 보세라자산운용 등 홍콩에 자회사를 둔 중국 금융사들이 출시하는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가 곧 홍콩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상품이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10일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대형 운용사 11곳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을 승인했다. 홍콩은 비트코인과 함께 이더리움 현물 ETF까지 한 번에 승인해 미국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현금 상환만 가능하도록 한 반면, 홍콩은 현금과 비트코인 현물 상환을 모두 허용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홍콩에서 출시될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는 미국에 비해 거래가 쉽고,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어 빠른 시간에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본토에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자금 세탁 등 각종 금융 범죄를 우려해 본토에서의 가상자산 거래를 막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각종 우회로를 통해 홍콩 증시에 상장될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될 비트코인 현물 ETF에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상장 후 첫 12개월 동안 100억~200억달러(약 14조~28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美, 코인 거래량 세계 최대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려는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이어 현재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여부도 검토 중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거래 국가다. 가상자산 통계분석 플랫폼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 중 미국 달러화 거래 비중은 72%를 넘는다.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과 거래를 승인한 것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시장에 포함되도록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SEC는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규제에 중점을 둔 가상자산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금융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통 금융권이 중심이 돼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도록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미국 금융사들이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2개월간 500억달러(약 70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블랙록의 ETF 상품에만 100억달러 넘는 자금이 몰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3000여개의 ETF 중 자산 100억달러를 넘는 상품은 4% 수준에 불과하다. ETF에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올해 초 4만5000달러에서 이날 6만3000달러로 3개월 만에 40%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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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EC는 지난 1월 11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했지만, 현물 대신 현금 납부만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다. 사진은 1월 1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알리는 메시지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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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코인 거래소 출범도 눈앞

홍콩 가상자산 시장은 향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한 데 이어, 조만간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거래소도 문을 열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OKX와 크립토닷컴, 후오비 등 20여개 글로벌·중국계 거래소가 홍콩 당국에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VASP)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체제를 유지하면서 본토와 홍콩에 서로 다른 규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과 대립하면서 최근 홍콩 금융 시장의 경쟁력은 과거에 비해 위축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본토와 달리 홍콩은 규제를 풀어 아시아 최대 가상자산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보이며, 당선될 경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출범할 경우 현재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SEC의 정책 방향도 상당 부분 바뀔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다시 상승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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