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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중·고생이 만들고 또래들이 이용한 도박사이트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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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사이트를 개설, 중고생 등 또래 1500여명에게 20여종의 인터넷 도박을 하도록 해 2억여원을 챙긴 10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도박장 개설, 도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성인 총책 A(20대)씨를 구속하고, 중학생인 총책 B군과 고교생인 서버 관리자 C군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성인 총책 A씨로부터 범죄수익 21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개설한 도박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중고생 96명에 대해선 경찰서 선도심사위원회 회부 조치를 내렸다. 이들 96명은 향후 선도위 심의를 거쳐 형사 입건되거나 도박근절 상담 및 교육 등 경찰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는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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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경찰에 따르면 B, C군 등 이들 일당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서버 제작 기능이 있는 SNS에 도박 서버를 만든 뒤 또래 집단에 초대 링크 등을 보내 돈을 받고 도박 게임에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2억13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게임 커뮤니티 대화방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총책 B군과 서버 관리자 C군은 챗팅 등을 통해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기로 모의하고 지난 2022년 12월 한 SNS에 도박 서버를 개설했다.

경찰은 “B군이 아이디어를 내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C군이 서버개발을 주도,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모의 시작 후 사이트 개설을 위한 소스를 서로 주고 받는 등 2~3개월 만에 도박 서버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B군은 계좌관리·직원모집·환전 등 전반적인 운영을, C군은 서버 개발·유지 등을 맡았다.

이들은 게임머니를 충전, 환전하는 직원을 중학생이나 대학생으로 뽑았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을 송금받는 은행 계좌 역시 다른 중·고생 5명에게 통장 하나당 10만∼20만원에 사들였다. 구속된 성인 총책 A씨는 대학생으로 애초 이 도박 사이트 이용자였다가 직원 모집 공지글을 보고 지원해 운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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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상대 도박서버 초기화면./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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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총책 B군 등은 이용자 문의 처리 등 단순 관리자였던 대학생 A씨에게 사이트 운영 전체를 맡도록 하고 대화방을 개설, 경찰의 조사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며 “상당히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도박서버를 운영하고 직원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 도박 사이트는 룰렛·바카라·홀짝 등 20여가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도박에 거는 돈을 100~1000원으로 정해 운영됐다. 경찰은 “10개월 동안 이 도박 사이트를 이용한 1500여명 중 대부분이 중고생이었다”며 “이중 횟수와 금액 등 기준으로 봤을 때 상습적이라고 판단된 청소년들이 96명이었고, 이들을 선도위에 회부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사람이 베팅한 최다 금액은 218만원이었고 한 고등학생은 4개월간 325차례 입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병하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팀장은 “청소년들이 SNS 등에서 광고에 현혹돼 불법 도박에 빠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도박 서버를 운영하고 계좌까지 제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도박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웹호스팅 서비스 가입 때 보호자 인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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