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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디지털 매체의 허구적 실체와 현실의 간극…장효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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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展…지갤러리서 5월11일까지

뉴스1

장효주, 허물 #1-2, 폴리우레탄, 실리콘, 지퍼, 양모, 천, 138x289x10 cm, 2023-2024. 지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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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지갤러리는 오는 5월 11일까지 갤러리의 신진 작가 육성 프로그램 '그레이트 익스비션'(Great Exhibition)에 선정된 장효주 작가의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를 개최한다.

대부분 휴대전화와 모니터로 이뤄지는 오늘날의 시각 경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장효주는 디지털로 접하는 파생 이미지가 과연 현실에서 마주하는 실제와 동일한 질감과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디지털상에서만 경험한 물체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고민을 실험적인 조각 작업으로 선보이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매체의 허구적 실체와 현실의 간극에 기반한다. 3차원(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체적인 형상을 구현하던 그는 물리적 매체를 다루는 과정과 동일하게 재료를 자르거나 붙이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끝내 남는 결과물은 덩어리가 부재한 껍데기뿐임을 발견한다.

이후 '레이어'처럼 3D 프로그램 내에서 존재하는 개념을 실재하는 조각에 적용하는 시도를 거듭한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실리콘 조각들은 벽에 걸리거나 천장에 매달린 채 공간을 점유한다. '두산아트랩전시 2023'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허물' 시리즈가 한 단계 진화해 마치 환영하듯 끝까지 채워져 있던 지퍼를 내린 채 입구를 활짝 벌리고 있다.

내장을 내보이며 갈라진 피부 속에는 투명한 또 한 겹의 막이 자리를 잡아 다가갈 수 없게 막는다. 안쪽에 담긴 실체는 그저 육안으로 표면만 감지할 뿐 촉각이나 여타의 감각적 경험은 보는 이의 상상에 맡긴다.

그래서 장효주의 작품에서 '지퍼'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앞뒤로 달린 지퍼가 모두 열리거나, 반대로 모두 닫히는 건 '없어져도 있는' 하나의 의미로 통할 수 있다. 어느 쪽 지퍼를 얼마큼 여닫느냐에 따라 작품의 형상이 달라지면서 의미도 완전히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종의 창(窓) 역할도 하는 듯하다. 우리 몸의 어느 장기를 떠올리게 하는 내부는 지퍼를 열수록 바람이 통해서 시원해지는 상상을 하게 한다. '우리는 마음속 지퍼를 어느 정도 열고 살아야 할까', 작가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장효주는 국민대 입체미술 전공 후 독일 뮌헨조형미술대학에서 마이스터슈럴린 과정을 수학했다. 이번 전시는 2021년 뮌헨, 2022년 서울에 이은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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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주 작가의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전경. 2024.4.15/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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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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