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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주문할게요" 이 말도, 혼밥도 어렵다면…이 질환 의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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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PICK] 정상적 불안 vs 병적 불안



현대인은 누구나 살면서 불안을 경험한다. 성적에 대한 불안, 경제적 불안, 고용 불안, 죽음에 대한 불안 등 일상에서 겪는 불안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불안은 삶의 고통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정상적인 생리적 반응이다.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불안은 사람이 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어떤 경고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경각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실제로 불안은 수행력을 끌어올려 준다. 불안과 수행 효율성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을 보면 불안 수준이 증가할수록 수행 효율성이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불안이 자신의 기능과 위기 대처 능력을 높여주는 셈이다.

6개월 혹은 1년 이상 유지치료 필요

불안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다. ‘방 안에 말벌이 들어왔을 때 말벌이 날아다니면 스트레스고 그 말벌이 갑자기 사라지면 그때부터 불안이다.’ 불안은 사람의 생각이 만든 존재인 셈이다. 문제는 불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다. 불안의 정도가 수행 효율성이 최고치를 찍은 수준을 넘어서면 그때부턴 심한 하향 곡선을 보인다. 그러다 불안은 고통만 남고, 심하면 감정의 수준을 넘어선 질환이 된다. 바로 불안장애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혜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불안의 정도가 심하거나 또 자주 나타나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될 경우 불안장애로 본다”며 “환자는 이런 불안감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하고 심하게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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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의 카테고리는 다양하다. 이만큼 종류가 다양한 질환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특정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사회불안장애 등이 모두 불안장애에 속한다. 연예인 등 유명인을 통해 잘 알려진 공황장애는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기절, 죽을 것 같은 공포 등의 갑작스러운 공황 발작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공황 발작이 심하면 1시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많거나 폐쇄적인 장소 등에서 잘 생기고 발작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다. 범불안장애는 사소한 일에 대한 만성적인 과도한 걱정과 긴장이 두통, 불면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다. 특정공포증은 높은 곳, 특정 동물이나 곤충, 혈액, 주사기 바늘 등 특정 조건에서 불안이 과도해져 행동에 통제가 되지 않는 상태를, 강박장애는 청결, 문단속, 물건 배치 등에 집착적인 행동으로 불안을 안고 사는 상태를 말한다. 정신적 충격을 준 사고나 재해 이후 겪는 불안으로 알려진 PTSD는 꿈이나 회상을 통해 해당 사고나 재해를 재경험하고, 이에 대한 극심한 회피, 기분의 부정적 변화, 과각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사회불안장애는 사회적 관계나 상황에 대해 극심한 불안으로 고통을 겪는 불안장애다. 이 경우 대중 앞에 나서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식사하고 대화하기를 고통스러워한다. 정도가 약하면 수줍음이지만 불안의 증상이 심각하면 사회불안장애인 셈이다. 강승걸 교수는 “사회불안장애 환자는 친한 사이나 가족 간에는 괜찮지만 초면인 사람과의 대인관계를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며 “식당이나 가게에서 주문하기도 힘들어하고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도 불안해하면서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물론 특정 증상이 있다고 불안장애는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담, 설문검사 등을 통해 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해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극심한 불안이 6개월 이상(공황장애의 경우 1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치료를 권고한다.

나약해서 발병? 정신력 극복? 모두 오해

치료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가 기본이다. 약물의 경우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가 주로 쓰인다. SSRI는 항우울제지만 불안장애 치료에도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내성이 없고 정신과 약물 중 가장 효과적인 약으로 꼽힌다. 반면 항불안제는 증상이 심할 때 급한 불을 끄는 데 쓰인다. 보통 치료 2~3주부터 치료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치료 반응이 좋은 경우 2~3개월 후면 호전된다.

단, 치료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증상이 호전돼도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6개월 혹은 1년 이상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괜찮아졌다고 환자가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금물이다. 최대한 약을 안 먹겠다고 버티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혜원 교수는 “좀 나아지면 자발적으로 약을 끊거나 병원에 다니면서도 증상이 심한데 약을 안 먹고 버티는 분들이 있다”며 “이러한 행동은 치료 기간을 늘리고 병을 키우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약을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반대로 먹는 것도 위험하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은 SSRI인데, 그 대신 약 특성상 효과가 즉각적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다. 강 교수는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이 SSRI이고 심할 때 먹거나 장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약이 벤조디아제핀인데 거꾸로 드시는 분들이 있다”며 “벤조디아제핀은 치료가 아닌 증상을 눌러주는 약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 치료가 꼬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벤조디아제핀은 의존성(중독성)이 있는 약물이라 반드시 처방대로만 복용해야 한다.

또한 치료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오해다. ‘불안장애는 나약해서 생긴다’라거나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강 교수는 “불안감을 보이면 나약하다고 생각하고, 어렸을 때나 과거에 뭔가 불안한 경험이 있거나 양육이 잘못됐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모두 오해”라며 “대부분의 불안장애는 이런 것들과 무관하고 특별한 원인 없이 생겨 딱히 예방하기도 어려운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설사 이해가 잘 가지 않더라도 주위에 불안으로 힘든 상황에 있는 분들이 있으면 지지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필요할 경우 병원을 방문하도록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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