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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남욱 “위례 개발로 이재명 선거자금 조달하려 생각”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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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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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민간 업자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23일 재판에서 “위례신도시 개발을 통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선거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남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대장동 민간 업자 남씨가 이 대표 재판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위례신도시 개발 관련 정보를 남씨 등 대장동 일당에게 미리 알려주고 민간 사업자로 선정해 준 혐의,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작년 3월 기소됐다.

남씨는 이날 대장동·위례 사업을 준비하면서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씨와 이 대표의 2014년 성남시장 재선(再選)을 돕기로 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유씨로부터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돼야 대장동 사업을 할 수 있으니 함께 노력하자’는 말을 듣고 돕겠다고 한 적 있느냐”고 묻자, 남씨는 “네”라고 말했다.

남씨는 “대장동 사업으로 ‘1공단 공원화 사업’을 완성해 (이재명) 시장님은 본인 업적을 세워 선거에 활용하고, 저희(민간 업자)는 수익을 극대화해 ‘윈윈’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검사가 “증인은 2013년 유씨에게 ‘위례 사업을 통해 100억원 정도 마련할 수 있고, 필요한 때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묻자, 남씨는 “예”라고 했다. 남씨는 “당시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자는 것이 유씨와 저 사이의 화두였다”며 “위례 사업을 진행하면 자금 회전이 될 것이고, (이 대표의) 선거자금도 조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유씨가 위례 사업 이후 실제로 선거자금을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또 “유씨가 개인적으로 쓰겠다며 돈을 달라한 적은 한두 번 밖에 없었다”며 “유씨는 이 대표의 재선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선거 관련 대화를 주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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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민간 업자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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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선거 자금 제공을 약속했던 남씨는 이후 2014년 4~6월 김만배씨를 통해 유동규씨에게 수억원을 건넸고, 이 돈이 정진상씨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남씨는 이날 2013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유흥주점에서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를 접대한 사실도 인정했다. 검사가 “정씨와 김씨가 유흥주점에서 술 마시는 것을 확인하고, 위례 사업자로 내정됐다고 확신했느냐”고 묻자, 남씨는 “그렇다”고 했다. 남씨는 2013년 12월 위례신도시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한편, 재판부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나오는 남씨의 말 중 불분명한 대목을 확인하기 위해 녹음 파일을 직접 법정에서 틀기로 결정했다. 남씨가 2013년 8월 30일 다른 민간 업자인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씨와 위례 사업을 두고 대화하면서 유동규씨가 한 말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남씨는 “유씨가 ‘어떤 방법이 됐든 밖에서 봤을 때 문제만 없으면 상관이 없다. XXX들이 너(남욱)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 (성남도개공) 직원들도 네가 준 일정대로 진행하게끔 서류 다 줘서 얘기해 놨으니까 너는 절대 차질 없이 해라’ 요 정도로 (말했다)”고 정씨에게 전했다.

검찰은 남씨가 말한 XXX 부분이 ‘위 어르신’으로,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씨를 지칭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민간 업자들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취지로 해석한 것이다. 반면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동의할 수 없다며 “녹음 파일을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남씨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자, 재판부는 이 파일을 추후 법정에서 재생하기로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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