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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라인 경영권 내놔라" 압박하는 일본…"정부 차원 대응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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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틱톡강제매각법 이어 日은 라인 경영권 매각 압박

전문가 "근거 없는 과도한 개입…한국 정부 대응 시급"

우리 정부는 '플랫폼법' 등 자국 플랫폼 옥죄는 규제만

뉴시스

[도쿄=AP/뉴시스]사진은 야후 재팬과 라인의 통합 전 로고. 라인야후는 지난 10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Z홀딩스의 자회사인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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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네이버의 글로벌 신화 '라인' 경영권이 일본 정부의 7일 압박으로 소프트뱅크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라인의 보안 사고가 빌미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플랫폼 패권 경쟁과 더불어 라인 메신저 플랫폼을 자국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속내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긴밀한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해 발생한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 사건으로 라인 앱 이용자의 정보유출이 우려된다며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소프트뱅크가 주도권을 쥐도록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해킹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원인분석과 재발방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보완조치나 벌금 등의 페널티가 아닌 지분정리까지 요구한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것도 아닌데 정보를 악용한 적대국의 기업에게나 적용할법한 과도한 조치로 압박에 나서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가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외교 문제 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도 여러 채널을 통해 원만한 마무리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기업과 유관기관에서도 선제적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날 일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후 라인야후 중간 지주사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상 서버)가 해킹을 당해 라인 고객 정보 51만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단초가 됐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0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A홀딩스 산하의 Z홀딩스 자회사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현재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충분한 수준의 A홀딩스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가 키워낸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 라인 서비스를 출시해 세계적인 메신저로 성장시켰다. 현재 일본 내에서 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9600만 명에 이르는 등 라인은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에 따라 지분에 대한 부분은 검토하면서 결정할 것이고 현재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라인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 우방국인 한국 기업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본의 주장은 논리적 근거도 없고 소유권에 대해 부당한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일본과의 여러 경제 조약, 협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 외교적 차원에서 재빠르게 대응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 입장에서는 전국민이 쓰는 라인 서비스를 외국 업체가 장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번 압박은 다분히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일본과 충분히 신뢰를 쌓을 만한 동맹관계를 어필하면서 대응해나가는 등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한일관계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으니까 접점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 간 인터넷 전쟁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에 공식 서명해 공포했다.

성동규 교수는 "미국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사용금지법을 제정한 것 처럼 정부가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일본도 나선 것"이라며 "플랫폼은 인터넷 산업이자 오픈 네트워크 기반인데 정부가 개입할 경우 전반적으로 IT산업에 대해 악영향을 끼칠 뿐더러 산업 발전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권남훈 교수는 "일본도 틱톡 사례를 보면서 국제 질서가 파편화되는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예전이라면 경제 보안 문제를 갖고 대응을 쉽게 하지 못 했겠지만 미국, 중국 간의 전쟁을 보며 심리가 발동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최근 애플·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플랫폼법안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정작 우리나라는 자국 플랫폼을 옥죄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바판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다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법은 매출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기 때문에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구글 등 해외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커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전문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정부 규제를 통해 자국 플랫폼 산업 지키기를 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 규제는 결국 한국 기업에게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라인이 내수용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거둔 대표 성공 사례인만큼 과기정통부 등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분 정리 외 다른 방법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국에서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규제를 시행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을 타겟으로 한 플랫폼 규제가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에서는 규제대상에 국내외 플랫폼을 가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국내 기업만 규제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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