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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민간이 이끈 1분기 1.3% '깜짝 성장'…성장률 눈높이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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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GDP 성장률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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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했다.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0.5~0.6%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이다. 가파른 수출 증가세에 부진할 줄 알았던 내수마저 반등한 결과다.

다만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1분기 내수 회복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지속적일지 판단하기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수 반등 효과…'민간 주도 성장' 평가도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에 대한 내수 기여도는 0.7%p(포인트)를 기록했다.

내수가 1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을 0.7%p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2022년 3분기(2.1%p)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기여도다. 회복세가 완연한 순수출 기여도(0.6%p)보다 높다.

또 눈에 띄는 점은 '성장률을 높이려고 빚을 내지는 않겠다'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속 이뤄낸 호실적이란 것이다. 1분기 GDP의 주체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이 1.3%p, 정부가 0%p를 기록했다. 정부의 재정지원 등 인위적 노력 없이도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도 그렇고 지지난 정부도 마찬가지로 매년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했었는데 요새는 최소한 추경 얘기는 안 하지 않느냐"며 "정부가 세수 부족 등 어려움은 있었지만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양호한 성장률을 냈다는 점은 평가 받을만 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는 점에서 재정 외끌이가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 상향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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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와 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그래픽=이지혜


1분기 깜짝 성장에 올해 연간 성장률에 대한 낙관론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로 2.2%를 제시했다. 한은은 이보다 낮은 2.1% 성장을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전망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는 추세다. 실제 UBS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는 2%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로 높였다.

1분기 0.5~0.6% 성장을 전망했던 시장도 놀란 눈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이후 분기 성장률 0.6%를 넘지 못했던 국내 성장률이 분기성장률 1% 이상 반등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이 기존 2.1%에서 2% 중반 내외 정도까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성장률 눈높이를 높여잡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1분기 실적 호조와 주요기관 전망 등을 감안하면 정부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 전망치는 향후 여건변화 등을 종합 고려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분기 '깜짝 성장'의 기저효과로 2분기 GDP 성장률이 일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2분기에 0% 성장을 하더라도 3분기와 4분기 각 0.5%씩만 성장해도 산술적으로 연간 2.6%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경기 회복 단언 아직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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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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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완전한 회복 사이클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판단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불거진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를 비롯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뒤로 밀릴 수 있단 점도 성장률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강 교수는 "대외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 경로에 중요한 변수는 지정학적 불안과 금리"라며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속에서 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이 확전하면 유가에 영향을 주고 유가는 물가상승을 불러와 금리에도 여파를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입장에선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상당하지만 미국과 금리차가 이미 2%p인 까닭에 환율 불안, 자금 이탈 가능성 등으로 미국보다 먼저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꼭 미국을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건상 대외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금리인하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 회복세가 지속될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기 내수 관련 지표가 잘 나오긴 했지만 수출에 비해 성장을 견인하는 힘은 약해보인다"며 "특히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이 많이 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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