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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따뜻한 감정을 터놓으라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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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790~1791년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모습을 그린 존 오피의 초상화.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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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젊은 시절부터 지식계의 주목을 받는 문필가로 활동했지만, 문법과 문체에 관한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여성에게는 가족에 봉사하는 일 외에는 교육이란 게 허락되지 않았죠. 뒷날 메리의 남편이 되는 윌리엄 고드윈이 정치철학 책을 읽고 라틴어 동사를 변화시키는 동안 메리는 동생들을 돌보고 가정을 꾸리는 데 전념했어야 했습니다.



풍부한 학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엄밀한 글쓰기를 해온 고드윈은 결혼한 뒤 아내의 글쓰기를 도왔는데, 이런 남편과의 논쟁을 통해 메리는 자신만의 글쓰기 철학을 더욱 발전시킵니다. 메리는 남편처럼 구문의 정확성이나 전통적인 수사적 기교 등을 강조하면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데 빠져, 정작 중요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연에서 얻어낼 수 있는 독창성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고전 교육을 받은 남성보다 그렇지 않은 여성이 더 자유롭게 자연에 다가갈 수 있다며, 되레 “고드윈처럼 오로지 논리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따뜻한 감정’을 터놓으라고 촉구”했습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낸 ‘스웨덴에서 쓴 편지’는 당대에나 지금에나 메리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메리가 고드윈처럼 글을 썼다면 그는 단지 ‘여성에게 이성이 없다’는 오래된 편견을 부정하는 정도에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메리는 더 나아가 이성과 논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또 그것을 움직이는 감성과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고, 그의 발자취는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를 모두 아우르며 오늘날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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