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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원내대표 이모저모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단독 출마에···의제 실종·친명 독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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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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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30일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의제와 토론이 사라졌다. 친이재명(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단독 입후보하면서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사실상 추대됐다. 전례 드문 경선 불발로 친명 독주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열기로 했던 원내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를 생략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5월3일 박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로 치러진다. 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법안 재추진, 이재명 대표 정치철학·국가비전 실현, 일하면서 싸우는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 확보, 검찰·언론개혁 신속 추진 등 5개 공약을 내걸었다.

통상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경선으로 치러진다. 원내대표 후보들은 원내 운영 전략에 대한 토론을 벌여왔다. 원내대표 후보가 재수, 삼수 끝에 당선되는 경우도 많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경쟁 없이 치러지는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2005년엔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다. 정세균 의원이 원내대표에 추대돼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겸임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상황은 2005년과는 전혀 다르다.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171석을 얻으며 압승했다. 3·4선 원내대표 후보군만 약 20명이 거론되는 등 치열한 선거전이 예견됐다. 하지만 ‘찐명’ 박 후보가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하자 돌연 김민석·서영교·김성환·박주민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서 의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까지 예고했다가 출마를 포기했다.

이 대표가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에서 박 후보와 공동 출연한 뒤로 친명계 내부 교통정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당원들을 만나는 유튜브 방송에서 박 후보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망설이지 말고 신속하고 과감하고 화끈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사실상 박 후보를 원내대표로 우회 지원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찐명’ 원내대표 단독 입후보는 민주당이 이 대표 원톱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비이재명(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하에서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를 확실하게 지켜줄 원내대표를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4·10 총선 이후 주요 당직을 친명계로 채운 바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연임할 가능성도 있다.

당내에선 박 후보 추대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 선거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당의 금기가 이번에 깨졌다”며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단독 입후보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각 후보가 원내를 어떻게 이끌지 자기 소신을 밝히고 논쟁하고 토론하면서 최종적으로 중지를 모아야 리더십도 단단해질 텐데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고 우려했다.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건 사실상 지명이다. 원내대표가 아니라 원내총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원톱 체제는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에서 “당이 흘러가도 아무 소리도 못 하는, 안 하는 것은 일사불란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집권을 위해선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된다. 바른 말이 나와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강성 원내 지도부가 요구받는 시기이지만, 강경 일변도로 나갔다가 생각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까지 아직 3년의 시간이 있기에 지금은 지지층이 결집하고 강성 원내 지도부가 성과를 내되, 대선과 지방선거가 가까울수록 중도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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