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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애매모호한 파월…"물가 목표 진전 부족"에도, 금리 인상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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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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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연 5.25~5.5%)를 6연속 동결했다. 물가 고공행진 속에 금리 인하의 조건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다만 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고,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초 연내 3번으로 점쳐졌던 금리 인하는 하반기 중 한두 차례 이뤄질 거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Fed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만장일치로 금리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 결정문엔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로 상징되는 금리 인하 신중론이 좀 더 강하게 묻어났다. 3월 회의 때와 달리 "최근 몇 달간 물가 목표 2%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했다"는 문구를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Fed가 중시하는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2.8%(전년 동기 대비) 올랐고, 같은 달 소비자물가(CPI)도 3.5% 뛰면서 시장 전망을 웃도는 상황이 반영됐다. 그 밖엔 고용 등 경제활동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Fed는 금리를 그대로 두는 대신 다음 달부터 양적 긴축(QT)의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600억 달러에서 절반 이하인 250억 달러로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시장 예상(300억 달러)보다 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양적 긴축은 Fed가 보유한 채권을 팔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걸 말한다. 양적 긴축 규모가 줄면 그만큼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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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파월 의장의 입도 강한 매파보다는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를 날리는 쪽에 가까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확신을 얻기까진 당초 기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플레가 2%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금리 인상 가능성은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라면서 "다음 금리 조정은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Fed 결정과 파월 발언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옅어진 동시에 인하 지연 신호도 나오면서 향후 통화정책 전망은 보다 깜깜해지게 됐다.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 ISI는 "금리 인하가 지연될 뿐이지 완전히 철회된 건 아님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발언을 보면 매와 비둘기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면서도 인하 시점은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거라는 걸 시사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금리가 올해 한두 차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고, 블룸버그는 연내 한 번 인하가 이뤄질 거라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인하 가능성은 약 68%(한국시간 2일 오후 2시 기준)로 전일 대비 10%포인트 올라갔다. 9월 인하 가능성도 약 56%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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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가 근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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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 2년물·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도 하루 새 0.47포인트 떨어진 105.76을 나타냈다. 뉴욕 증시는 지수별로 상승·하락이 엇갈린 혼조세였다. 한국 시장은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2일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6.1원 오른(환율은 하락) 1375.9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0.31% 내린 2683.65로 장을 마감했다.

천천히 금리 인하를 향해가는 Fed는 한국은행 '피벗'(통화정책 전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4분기 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은 연말에 한 차례 금리를 내리거나 내년으로 인하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 특히 1분기 1.3%(전 분기 대비)로 '깜짝' 실적을 낸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탄탄한 수치를 이어간다면 인하 시점을 늦추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물가가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먼저 금리를 내릴 여지도 남아있다. 지난달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2.3%로 내려가면서 2% 선에 가까워졌다.

양준석 교수는 "한은은 Fed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하거나 경기 지표가 나빠진다면 더 빨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Fed의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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