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롤모델 이국종”이라던 의대생, 여친 경동맥 찔렀다…“사이코패스 의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수정 교수 “유급이 도화선 됐을 것…완벽주의 성향” 분석

세계일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의대생이 숨진 여성의 경동맥이 지나는 목 부위만 20여차례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사이코패스 성향이 의심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의대생 A(25)씨에 대해 “영장심사를 받으러 갈 때 생각보다 굉장히 태연했다”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달라붙는 것이 처음이었을 텐데 고개를 많이 숙이지 않았고 당황한 기색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계획 살인을 하려면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선택하는데 이번 사건은 밀집된 강남, 오후 5시에 일어났다. 전형적인 계획살인과는 다르다”며 “의대생이 구조가 되는 와중에 ‘옥상에 가방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사람의 정신적인 취약성, 예컨대 성격적인 문제 등을 추정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사전에 흉기를 구매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면 계획 살인에 근접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이 사람의 성격적인 특이성 같은 것을 꼭 파악해야 한다. 거의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졌던 적이 있는 사람 같다. 정신 감정, 정신적인 책임 능력에 대한 감정도 함께 있어야 한다”며 “의대생이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피하기 위해서, 상대를 통제하기 위해서 계속 자살극을 벌인 것 같다. 그런 통제 욕구는 일반 남성들에게서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기에 (사이코패스) 그런 것도 의심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2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된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옥상. KBS 보도화면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아주 치열한 의대 경쟁 속에서 한 번 도태(유급)되는, 나쁜 경험을 했었다. 상대적으로 본인이 친구들보다 못하다는, 그것이 이 사람에게 성격적인 문제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을 것”이라며 “아마도 매우 조용하지만, 안에는 불만이 굉장히 쌓여 있을 시한폭탄 같은 사람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 그런 사회적인 부적응에서 발생하는 욕구 불만을 여자친구를 통해서, 그 사람을 통제함으로써 충족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이는 아주 삐뚤어진 욕망이다. 그것이 비극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는 앞서 지난 6일 오후 5시쯤 서초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초경찰서는 “옥상에서 남성이 투신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끌어냈는데, 이후 약이 든 가방 등을 두고 왔다는 그의 말에 현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숨진 B씨를 발견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부검 진행 결과 B씨 사인은 흉기에 찔린 출혈(자창에 의한 실혈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피해자의 경동맥이 지나는 목 부위만 20여차례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피해자를 불러내는 등 범행을 미리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일부 계획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수학능력시험 만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 소재 명문대 의대에 입학했던 A씨는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며 지난 2020년 한 차례 유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는 그에 대한 신상정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과거 수능 만점 당시 인터뷰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는 입학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지원 이유에 대해 “롤모델은 이국종 교수(현 국군대전병원장)”라고 하는 등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구속 상태로 A씨를 추가 조사한 뒤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