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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테크M 이슈] 혁신 보다 장사 수완...네이버 이해진 '라인'을 잘 팔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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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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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크산업의 자랑이자,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준 인터넷 플랫폼 기업 '라인'이 우리 곁을 떠나려합니다. 국내외 다수의 언론사들이 적었듯, 네이버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아보입니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라인을 비싸게, 잘 팔아야합니다.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더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인공지능(AI) 시대, 더욱 높아진 국가간 장벽이 이를 막는다면 라인은 든든한 '종잣돈'이 되어야합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에 든든한 조력자로 남아야합니다.

한국인에게 라인의 의미, 우리도 글로벌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라인 사태에 국민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한국산 플랫폼이 일본 시장을 집어삼킨 첫 사례가 바로 라인이기 때문입니다. 라인은 네이버의 첫 글로벌 성공작이자, 한국인이 만든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지금은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당시엔 라인이 유일무이한 성공을 거둔 서비스였죠.

전세계 주요 국가를 봐도 미국계 인터넷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한 경우가 절대 다수입니다. 러시아와 중국 등 폐쇄적인 국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인터넷 독립을 이뤄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검색 포털 뿐 아니라 메신저까지 자국 서비스가 시장을 지키고 있죠.

덕분에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했고, 이를 기회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만든 라인은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국민 메신저로 자리할 만큼, 글로벌 빅테크로 도약했습니다.

사실 네이버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모든 통신이 두절된 상황을 목격하고, 바로 그해 6월 '라인'을 론칭했습니다. 지진으로 전화는 연결안되지만 인터넷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는 이어지는 것에 주목한 결과였죠.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총괄(GIO)과 신중호 전 라인야후(대표이사 CPO) 대표 등 네이버의 핵심인사들이 상당 시간 일본에 머물며 개발을 진두지휘했죠. 답보 상태에 놓인 검색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메신저로 방향을 튼 결정이 빛을 발했죠.

그로부터 1년후 라인은 일본 열도의 1위 메신저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네이버가 일본에서 키워낸 '라인'은 시작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 특징입니다. 그간 한국어 기반 인터넷 콘텐츠의 수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플랫폼 자체로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라인은 단순 메신저를 넘어 간편결제와 배달서비스, 콘텐츠 소비 창구로까지 진화하며 일본인들의 국민 인터넷으로 거듭났죠.

덕분에 아시아 시장 곳곳에는 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넘쳐났고, 해외여행을 떠난 한국인들 대부분 라인의 존재감을 해외에서 확인했습니다. '우리도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자긍심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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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알리는 사진 /사진 = 닛케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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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韓日 결합...이젠 놓아줄 때

네이버는 지난 2020년, 전격적으로 일본의 대표 IT 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라인과 야후재팬간의 합병을 선언합니다. 지난 2019년 한국경영학회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구글-페이스북, 텐센트-알리바바 등 미·중 거대 빅테크 공룡기업에 맞서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인 소프트뱅크와의 물리적 결합을 선언했습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IT 거물인 이해진과 손정의가 손을 맞잡은 것입니다.

이후 1년간의 준비를 거쳐 2021년 삼일절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마무리했고 드디어 'A홀딩스'가 출범했습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의 유례없는 동맹으로 검색과 메시지, 콘텐츠, 엔터, 금융, 전자상거래를 아우르는 이용자 4억명 규모의 '메가 플랫폼'이 탄생한 것이죠.

단순히 확장 만을 위한 결정은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라인은 야후재팬과 핀테크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해마다 수천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할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당시만해도 네이버 혼자선 라인의 대규모 적자를 감당하고 '치킨 게임'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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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등장한 A홀딩스, 즉 라인야후는 인터넷 사업 전반에서 새로운 시도를 내놨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모바일과 검색 분야에 강점을 지닌 네이버, 일본 상거래 시장 및 온라인 포털을 거머쥔 야후재팬-소프트뱅크 그룹은 내부 경쟁 속에서 다양한 신규 사업을 꺼내들었지만, 끝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습니다. 일본 포털 시장은 오히려 구글 등에 넘어갔고 커머스 또한 라쿠텐 등 기존 사업자들에게 더욱 밀려났습니다.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합병 발표 당시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까지 밀리며 현재 24조원 수준을 맴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직원들의 일본 내 위치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는 게 라인 내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50%씩 지분을 나눴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소프트뱅크가 한주를 더 갖고 있는 형태입니다. 애초부터 키는 일본이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라인 내부에서도 일본인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지난 2016년 라인 IPO 추진 당시에도 라인 내 일본 경영진들은 "라인은, 일본 국민에게 사랑받아서 여기까지 온 서비스이니, 그 결실을 일본 국민과 나누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실을 나누는 과정에서 한국인 핵심 임원들에게 주어진 당근은 컸지만, 일본 직원들은 국민들을 생각할 만큼 라인에 대한 애착이 컸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당시 라인의 한 한국인 직원은 "우리는 언제나 '라인은 일본인이 만들어서 일본인에게 사랑 받는 일본이 자랑하는 서비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시작부터 한일 간 물리적 결합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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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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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여전히 네이버 글로벌 사업에 필수...조력자로 남아야 한다

라인(라인야후)의 국적이 바뀌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소프트뱅크에게 지분 50%를 넘겨준 순간부터 이미 일본인의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우리 국민은 모르고 있었지만, 네이버 직원들 또한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것이 라인 측 한국인 직원들 대다수의 반응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합니다. 단순히 라인 지분을 매각하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먼저 라인의 국내법인 라인플러스가 있습니다.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의 100% 자회사로, 여전히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지에 사업 법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국에 상주하는 한국인 직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라인플러스의 역할, 해당 사업들의 조정이 필수적입니다.

IPO를 앞두고 있는 네이버웹툰 역시 라인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날 네이버웹툰을 이끈 일본 웹툰 서비스 '라인망가'는 여전히 라인의 브랜딩 파워를 등에 엎고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 매출 비중에서도 굉장히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죠.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라는 별개의 법인을 통해 네이버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라인과의 연계 사업이 상당해 네이버웹툰 IPO에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얽힌 지분 이슈도 존재합니다.

이밖에도 라인에는 라인프렌즈를 비롯, 국내 블록체인 관련 법인 등 여전히 함께해야할 사업군이 다수 존재합니다. 네이버웹툰을 비롯, 네이버 해외 사업 전반이 라인과 함께 쌓아올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합리적인 엑시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최대한의 경영권 프리미엄 뿐 아니라 라인야후 지배권 상실에 따른 네이버 연계 사업 전반을 돌아봐야합니다. 라인이란 이름을 앞에 달고 네이버가 키워놓은 법인들까지 다 뺏겨선 안됩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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