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기자 |
자영업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금이 1100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4년 사이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 평가정보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말 기준 335만959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1112조7400억원의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사업자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12월 말 대출자(209만7221명)·대출금액(738조600억원)과 비교하면 4년 3개월 사이 대출자는 60%, 대출금액은 51% 늘었다.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대출자가 가진 대출 규모도 올 1분기 말 기준 31조3000억원으로 2019년 말(15조6200억원)에 비해 2배로 불었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취약성이 높은 다중채무자도 증가세다. 올 1분기 말 기준 172만7351명으로 집계됐는데, 2019년 말(106만6841명)에 비해 62% 늘었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51.4%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대출자)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저금리로 받았던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 말 종료된 영향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빚이 불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도 늘어났다.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지난해 11만1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체 폐업률은 21.5%로, 2019년(13.9%)보다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23.5%가 자영업자로, 34개국 중 7번째로 많다(2022년 기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면 고용과 민간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한편, 상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에겐 폐업·전업 등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현행 새출발기금으로 저소득층 자영업자의 채무를 적극 조정하고, 별도의 상생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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