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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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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경선, 추미애·우원식 ‘양자 대결’로···후보들 사퇴에 당내선 “보이지 않는 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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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 차례로 후보 사퇴 ‘이례적’

당 핵심 ‘교통정리 나섰다’ 분석도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조정식 국회의장 경선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단일화를 논의한 뒤 건물을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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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추미애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추 당선인이 유일한 친이재명(친명)계 후보가 됐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추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의 양자 구도로 정리됐다.

조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추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마중물이 되고자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추 후보가 저와 함께 최다선이지만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의원을 만나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며 “총선 민심과 당심에 무거운 사명감을 지니고 개혁 국회 구성과 이재명 대표 중심의 정권 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기꺼이 대승적 결단으로 지지 선언을 해주신 조 의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두 후보는 이날 단일화 합의문을 통해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개혁 국회 구성을 위해 국회의장 선출에 있어 경쟁보다는 순리에 따라 최다선 중 연장자인 추 후보를 단일 후보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사퇴 직후 발표한 별도의 입장문에서 “22대 국회에서 국민과 당원의 뜻을 받드는 민생·개혁국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이 대표와 함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5선의 정성호 의원도 이날 오전 의장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 후보는 입장문에서 “그간 성심껏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 의원은 이날 사퇴하면서 추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국회의장 경선 후보 등록 이후에 친명계 다선 의원들이 차례로 후보직을 사퇴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친명계 핵심부가 지난 주말 사이 조직적으로 후보 교통정리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측근인 박찬대 원내대표가 최근 정 의원과 조 의원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는 의장 선거 과정에서 당원들 간의 지나친 균열과 과열을 부담스러워했다”며 “당심이 추미애 의장을 가리키는 만큼, 박 원내대표가 간접적으로 두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이 ‘박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권유했나’라고 질문하자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재명이네 마을’ 등 이 대표 온라인 팬클럽 커뮤니티에서는 ‘추 후보를 의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문자폭탄 인증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애초 추 당선인을 의장으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는 4·10 총선 직전인 지난 2월 추 당선인과 만나 차기 국회 운영 방안과 정국에 대해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와 추 후보가 만나 향후 국회 운영이나 총선 이후 정국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은 추 후보가 의장이 될 수도 있다고 염두에 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친명계 후보로 교통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지난 3일 치른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찐명계’로 꼽히는 박 원내대표가 단독 입후보했다. 이 대표가 박 후보를 차기 원내대표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명계 후보들이 줄줄이 출마를 포기했다. 당 지도부가 이번 의장 경선에서 처음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것도 확실한 친명계 후보를 뽑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서는 의장 선거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당 대표가 과거 원내대표 선거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의전 서열 2위이자 국회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한 적은 없다”며 “의장 선거에 당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면 1970년대 삼김시절에 당 총재가 의장 후보를 지명했던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당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이다. 이재명 독재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장 경선은 일단 추 당선인과 5선의 우원식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추 당선인이 경선 없이 추대 수순을 밟을지는 우 의원의 의지에 달렸다. 우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결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22대 당선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고 뚜벅뚜벅 가겠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우 의원은 “거부권을 넘어서는 정치력이 의장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주장만이 아닌 8석의 한계를 넘어설 정치력과 경험, 민생을 살릴 실력과 추진력을 갖춘 제가 가장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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