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고위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미래 원천 기술 개발 등에 신속하게 착수할 수 있도록 첨단 분야 R&D에 한해 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및 재정 운용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이런 원칙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5월 말부터 각 부처의 예산 요구서를 받아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작업을 시작하는데,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이 첨단 분야 R&D예타 면제를 천명하는 것이다. 양자ㆍ바이오ㆍAI(인공지능)ㆍ반도체 등 첨단 분야가 그 대상으로 이 관계자는 “이번에 예타 면제를 받는 구체적인 R&D 사업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에 따라 정부가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독립문 영천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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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는 정부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ㆍ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ㆍ평가하기 위해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에 도입됐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남발 등으로 재정 낭비를 막자는 취지였으나, 과학기술계에선 “5~10년간의 연구개발 계획과 연도별 목표를 제시한 뒤 예타를거쳐야 하는 현행 방식대로라면 빠르게 변하는 첨단 분야를 따라갈 수 없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계획이 확정되면 이후엔 이를 바꾸기도 어려워 필요가 없어진 연구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도 잦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R&D예타 폐지’를 통해 이런 상황을 해소해 첨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타에 발목 잡혀 예산 투입이 안 되는 양자 기술과 위성통신 문제 등을 해소할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R&D 사업 예타 면제를 반영해 이듬해 예산안을 짜는 것은 정부 수립 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부처 간 중복ㆍ유사 R&D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부처가 함께 사업을 심의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 배분했던 R&D 사업을 범부처가 함께 심사해 선택과 집중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비슷한 과제에 예산을 나눠주기보다, 시급한 대규모 R&D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부처 간 나눠 먹기 등 국가 R&D 시스템의 비효율을 지적한 뒤 올해 관련 올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올해 3월 2025년도 R&D 투자 대폭 확대 방침을 밝히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에 대한 예타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독립문 영천시장을 방문해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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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R&D 예산 외에 저출생 대책 관련 예산 편성 방향도 강조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설될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염두에 두고 주거ㆍ보건ㆍ복지ㆍ고용ㆍ교육 등을 총망라해 관련 예산안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신설 부처가 어느 정도 규모로 출범해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더라도, 정책 실행력이 담보될 수 있는 규모의 예산을 짜 미리 대비하라는 취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ㆍ고령화 문제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 교육ㆍ노동ㆍ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남은 임기 3년의 국정운영 핵심 기조는 약자 복지”라며 “특히 노동 약자 문제를 각별히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편 복지보다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선별적 약자 복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라며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철 신임 병무청장 임명= 윤 대통령은 이날 신임 병무청장으로 김종철 대통령 경호처 차장을 임명하는 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1965년생인 김 신임 청장은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육군 제7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 국방대학교 총장 등을 지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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