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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게임난맥] 해외 게임사는 올해도 '프리패스'?...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 방안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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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기자]

정부 게임정책의 거시적 방향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이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진흥을 위한 5개년 계획이지만 해묵은 난제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담겨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계획 발표를 전후해 산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어필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잡음이 인다. 테크엠'은 업계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종합해 역차별 게임중독 갈등심화 이슈를 시리즈로 다룬다. <편집자주>

게임 개발·서비스를 주력으로 삼는 국내외 게임사 간 역차별 문제가 업계의 지병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오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주요 이슈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이 발표됐지만, 업계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콘솔게임 지원 강화라는 새로운 진흥책이 등장했지만, 예산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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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발표에 대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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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름은 진흥계획인데, 들여다보면 결국 규제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법으로 강제된 가운데, 해외 게임사들에게도 동일하게 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한 상황. 정부는 '대리인 제도'를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고는 하지만, 이 제도는 벌써 수년째 얘기는 나오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제도다.

이 제도로 역차별이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만능 키'처럼 소개하는 정부의 모습에 업계 관계자들이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강경 기조에 업계 분위기 경색...역차별 문제 지속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국내 게임사와 해외 게임사 간 역차별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임업계는 각종 규제가 국내 게임사에게만 강제력을 발휘하는 형평성 문제로 수년간 골머리를 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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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월 8일 열린 '확률형 아이템 사후관리 업무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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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게임 소비자 권익 강화를 명분으로 산업계에 강경 기조를 보이면서 업계 분위기는 더욱 경색됐다. 국내 게임산업 규모가 성장하면서 경쟁 대상도 글로벌로 확장됐는데 규제 방향이 일변도로 흐르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넥슨 '메이플스토리'에 '전자상거래법'에 근거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업계 최고 수준 과징금인 116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3월에는 정부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법은 시행 초기 '시행착오'를 전제로 시행됐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기관으로 지정된 게임물관리위원회 원장이 "시행 초기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법은 시행돼야 한다"며 게임사들의 초기 혼란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게임산업법 시행 과정에서 웹젠과 그라비티, 위메이드 등이 게임 내 데이터와 다른 확률 정보를 공개해 공정위 현장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대표 지식재산권(IP) '리니지'의 슈퍼 계정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착오에 대한 협조를 구해놓고, 법이 시행되자 마자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정부의 모습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시정 노력에도 제도적 뒷받침 '막막'

주요 게임사들이 줄줄이 정부 조사 물망에 오르면서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산업이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기조와 별개로 잘못된 점은 시정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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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현황 점검'의 일환으로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게임물관리위원회 수도권사무소를 방문해 수많은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모니터링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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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들은 확률 정보를 오차 없이 공개하기 위해 소비자 요청이 있을 때마다 서버에서 유관 데이터를 가져와 곧바로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사업자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자정에 힘을 쏟는 사이 해외 게임사들에게 이와 동일한 규제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따른 역차별 문제도 업계에서 불거진다. 정부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해외 게임사가 국내에서 서비스할 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입법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지난 1일 공개된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 2024~2028'에도 이 같은 방안이 담겼다.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계획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는 지난달 30일 사전 브리핑 자리에서 22대 국회가 열리면 문체부 1호 법안으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내 대리인 지정'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 발의 필요성은 2020년 중국 페이퍼게임즈가 '샤이닝니키' 건으로 동북공정 논란을 일으키고 일방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크게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도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리인 지정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수년째 지속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또다시 입법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업계의 시선은 국회를 향할 수밖에 없게 됐다. 6월 이후 제22대 국회 원 구성이 예정대로 진행돼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시행을 통해 효과를 체감할 때까지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리인 지정' 제도 실효성 도마...플랫폼 협조도 '난망'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회사들은 자율규제가 시행될 때부터 국내법을 준수하려고 노력해왔다"며 "대리인 지정 제도가 마련되도 기존에도 준법 의지가 미약하던 해외 개발사들의 '묻지마'식 운영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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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 2024~2028' 공개를 앞두고 4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사 관계자들간 현장 간담회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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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에 따른 정부 규제도 군말을 낳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3월 22일부터 공개 의무를 위반한 게임을 모니터링해 시정요청을 내리고 있다. 이후 문체부가 내리는 시정권고와 시정명령까지 따르지 않으면 적발된 게임사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하지만 이마저 해외 게임사에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요원해지면서 역차별 문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임위는 앞서 게임이 유통되는 각종 플랫폼에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지만, 이 또한 강제성이 없어 개별 사업자의 선의에 기대어야 하는 상황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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