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사기 기승
주식 거래를 거의 해본 적이 없었던 A씨는 지난달 ‘사전공모 신청기간’이라는 내용과 함께 상장 예정으로 알려진 B사 홈페이지 링크가 들어간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문자에 있는 링크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모주 청약을 넣었다. 이후 B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C씨가 연락이 와 “전환사채 물량을 추가 배정하기 때문에 상장 전에 공모주를 먼저 살 수 있다”며 대주주와 직접 거래를 주선해 주식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C씨는 A씨를 믿게 하기 위해 가짜 주주명부까지 보여줬다. A씨는 총 500만원을 입금했지만, B사 상장 당일 주식이 입고되지 않아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 알고 보니 A씨가 들어간 홈페이지는 ‘피싱 사이트(금융 정보 등을 빼돌리기 위해 허위로 만든 사이트)’였고, C씨도 B사 직원이 아니었다.
상장 예정 회사, 사모펀드 운용사 등을 사칭해 투자를 유도한 뒤 돈을 빼돌리는 사기가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들을 믿게 하기 위해 피싱 사이트를 만들고, 정부 임명장까지 조작했다. 22일 금융감독원은 피싱 사이트를 이용한 불법 금융투자 사기에 대한 소비자 경보(주의 등급)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접수된 사기 사례 대부분은 처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재테크 정보를 제공한다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피싱 사이트 등을 동원해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허위 투자 성과를 보여주면서 더 많은 돈을 보내도록 유도했다.
올해 4월 SNS에서 재테크 정보 제공 광고를 보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들어간 D씨도 처음에는 투자 정보만 얻을 목적이었다. 해당 채팅방 운영자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E사 대표를 사칭하며, E사 홈페이지와 유사한 피싱 사이트와 가짜 애플리케이션(앱) 가입을 D씨에게 유도했다. 또 자신들이 제22대 총선 대외경제 협력 운용사 및 밸류업 프로그램 책임 운용사로 선정되었다면서, 임명장까지 조작해 홍보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대비해 블라인드 펀드를 비밀리에 운영한다며 D씨에게 투자를 권유해 2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E사에서 자신들을 사칭하는 투자 사기가 있다는 공지를 본 뒤 허위임을 알고 출금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F씨도 역시 재테크 정보를 준다는 SNS 광고를 보고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를 사칭한 G씨가 만든 네이버 밴드에 가입했다.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G씨 말에 속아 피싱 사이트와 가짜 앱에 가입하고, ‘사모주’ 청약 목적으로 1억원을 입금했다. G씨는 이후 추가 투자를 유도해 7000만원을 더 받았다. 이후에도 계속 투자를 권유하자 수상함을 느낀 F씨가 출금을 요구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유명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의 피싱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를 유인한 사기 사례도 접수됐다. 이들은 상장 예정 H사의 주식 10주를 이벤트로 무료로 주겠다면서 I씨에게 사이트 가입을 권유했다. 이후 이들은 I씨에게 절반 가격에 H사 주식을 더 살 수 있는 ‘유상 배정권리’가 부여됐다며 1000주를 더 매수하게 했다. I씨는 나중에서야 해당 사이트가 진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주소에서 몇 글자만 바꾼 가짜 사이트인 것을 알았다.
금감원은 “불법 금융투자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가짜 사이트에 대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협조해 신속히 차단할 예정”이라면서 “SNS나 스팸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 사이트는 클릭하지 말고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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