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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피규어 성지로 떠오른 ‘한국의 아키하바라’, 서초동 국제전자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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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구의 국제전자센터 9층을 방문한 시민들이 통로를 걸어다니며 상점 벽에 전시된 쿠지(뽑기판)를 구경하고 있다./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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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 6일 오후 3시쯤 방문한 서울 서초구의 국제전자센터 9층. 수백명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피규어와 굿즈를 판매하는 9층 매장의 통로를 가득 채웠다. 일부 구간은 유리창 안에 진열된 피규어를 구경하거나 캐릭터 뽑기 기계인 ‘가챠’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통행이 어려웠다. 9층을 찾은 이들은 부모와 같이 온 어린이부터 20~30대, 중장년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손님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다른 층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외의 층에서는 컴퓨터, 핸드폰 등 일반 전자기기가 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9층이 이른바 애니메이션 ‘덕후’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일명 ‘한국의 아키하바라’라고 불린다. 아키하바라는 대형 전자제품 쇼핑몰과 각종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상점이 밀집한 일본의 한 지역이다. 국제전자센터 9층도 아키하바라처럼, 애니메이션 피규어나 게임 CD 등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매일 북적인다고 한다.

한 달에 3번 이상 국제전자센터를 방문한다는 대학생 김지현(23)씨는 “평소 포켓몬이나 일본 만화 ‘은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굿즈가 다양하고, 일본에서 가장 빨리 물건이 넘어오는 곳이 여기라 자주 방문한다”며 “전에 방문했을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바쿠고’ 캐릭터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피규어를 샀는데, 오늘은 일단 새로운 상품이 뭐가 들어왔나 보려고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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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구의 국제전자센터 9층을 방문한 시민들이 가챠를 구경하고 있다./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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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와 피규어를 판매하는 매장 ‘아이템 레오’를 운영하는 안해진(29)씨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수백명은 오는 게 기본”이라며 “평일에도 오후 5시 이후에는 퇴근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4박 5일 휴가 중에 이곳을 찾은 육군 상병 김모(21)씨는 “평소 좋아했던 ‘키타가와 마린’과 ‘토키사키 쿠루미’ 피규어를 샀다”며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다양해서 오타쿠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명소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국제전자센터를 찾았다는 김선영(37)씨는 “닌텐도 게임 캐릭터인 ‘커비’를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은 이곳에 방문한다”이라며 “남편과 두 딸들도 포켓몬 캐릭터와 커비를 좋아해서 오늘은 커비가 나오는 가챠를 이용했다”며 웃었다. 한 판매자는 “10~20대가 가장 많이 방문하는 건 맞지만, 중년층도 종종 방문해 ‘헌터X헌터’ 등 고전 만화 굿즈를 사가는 등 전반적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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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구의 국제전자센터 9층을 방문한 홍의건씨가 진열된 피규어를 바라보고 있다./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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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자센터를 찾는 외국인도 많다. 서울대에서 교환학생 중인 프랑스인 리사 곤잘레즈(21)씨는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프랑스인 친구가 이곳을 유튜브에서 보고 소개해줬다”며 “피규어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꽤 싼 편이라 매달 한 번씩은 들른다”고 했다. 한국에 여행을 왔다는 러시아인 세르게이 오세트로프(30)씨는 “애니메이션 중에 ‘베르세르크’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가볼 만한 곳을 찾다가 구글에서 이곳을 발견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 방문객 중 10%는 외국인”이라며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이 관광 또는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

이렇게 국제전자센터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굿즈의 실물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구매하는 문화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전자기기는 주로 온라인이나 중고 거래를 통해 구매하지만, 피규어는 실물로 보고 만져본 후에 사고 싶어서 국제전자상가에 와도 다른 층이 아닌 9층만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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