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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北서 난리난 한국 영화 뭐길래…"요즘 청년들 못 봐서 안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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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화 '파묘' 포스터.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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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개봉해 관객 수 1100만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 ‘파묘’가 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가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 손 전화(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통해 국경 지역에서 영화 ‘파묘’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 국경 지역에는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연계하며 돈벌이를 하는 주민들이 있다. 이들은 이 과정에 자연스럽게 북한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사건이나 뉴스, 정보들을 비교적 빠르게 접하기도 하고 나아가 북한 내에 외부 문물을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 몇몇 주민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새로 개봉한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 콘텐트에 대한 정보에 민감하게 움직이면서 내부 주민들에게 소식을 전하거나 소개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회령시 등 함경북도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영화 ‘파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데일리NK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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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고은(사진)은 영화 ‘파묘’에서 컨버스를 신는 ‘MZ 무속인’ 화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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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회령시에서는 파묘에 대해 ‘유능한 무당이 한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기이한 병이 조상의 묫자리와 관련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묘를 옮기는 과정에 겪는 일들을 그린 완전 짜릿한 영화’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영화로 소문나면서 청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북한) 사람들도 집안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병이 잘 낫지 않을 때 점쟁이들을 찾아가 조상의 묘에 대해 묻곤 한다”면서 “조상의 묫자리가 나쁘거나 조상을 잘 모시지 못해 조상이 심술을 부려 불행이 이어진다는 미신 때문인데, 그래서 사람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형법(제256조)에 미신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시할 정도로 주민들의 미신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걸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점쟁이들을 찾아가 점을 치고, 그들의 점괘에 따라 행동하는 등 미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미신을 주제로 한 영화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여기 사람들은 남조선 영화, 드라마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보기 위해 기를 쓰는데 ‘파묘’ 역시 그렇다”면서 “나이 있는 부모 세대들은 보고 싶어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청년들은 남조선 영화, 드라마를 유통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회령시에서 이른바 ‘불순녹화물’을 몰래 판매·유통한다는 한 주민은 “그렇게 단속하고 공포를 주는데도 남조선 영화에 대한 열풍은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금 확실히 느꼈다”며 “젊은이들이 하루에도 열댓 명씩 찾아와 막 떼를 쓰는데 아마 이번에 영화(파묘)를 가지고 있었다면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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