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브뤼셀 AP=연합뉴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5.27 photo@yna.co.kr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7년 만에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를 직접 관리·감시하는 임무 재개를 추진한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EU 국경지원임무단'(이하 EUBAM) 부활에 관한 원칙적 합의가 목표라고 말했다.

EUBAM은 EU가 역외 분쟁지역 등의 국경 지대에 파견해 '중립적인 제3자'로서 국경에서 인적·물적 흐름을 감시하고 통제·관리하기 위해 2005년 조직된 민간 임무단이다. 비무장·비상임 인력으로 구성됐다.

라파 검문소에도 파견됐었지만 2007년 6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약 2년만에 활동이 잠정 중단됐다.

현재는 약 3주전 이스라엘군이 라파 동부 일부를 장악하면서 라파 국경 교차로가 전면 폐쇄됐다.

EUBAM 부활이 이번 회의의 의제로 오르게 된 것은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이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라파 검문소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구호물품이 이집트에서 유입되는 가자지구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라파 국경 검문소 재개방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EUBAM이 국경 감시 역할을 맡는 방안을 EU와 물밑에서 논의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 있다.

EU에서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실제로 임무를 하려면 이스라엘의 동의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보렐 고위대표도 "오늘 회의에서 이 임무를 어떻게 다시 이행할지에 관한 정치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당사자는 EU뿐만이 아닌 이집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이라고 말했다.

이날 EU 외교장관회의에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요르단 등 아랍권 5개국의 외무장관과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AL) 사무총장도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가자지구 전쟁에 관한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확대, 휴전 협상 촉진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보렐 고위대표는 또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둘러싼 회원국 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르웨이와 함께 EU 회원국인 스페인, 아일랜드는 28일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키로 했다.

이날 보렐 고위대표는 기자들과 문답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을 '반유대주의자'로 규정한 것과 관련, "절대로 납득하기 어려운 비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네타냐후 정부는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매번 (국제)법원·검찰에 반유대주의 혐의를 덧씌운다"고 지적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즉각 휴전 명령에도 라파 난민촌 공습 등이 이어진 데 대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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