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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남고여저' 문화때문? 韓여성, 학력 높을수록 미혼율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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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결혼식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한 커플.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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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이모(35)씨는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업가 남성과 결혼했다. 처음 친구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할 때는 본인과 같은 전문직 남성을 원했지만, 연령과 학력·직업 수준이 유사한 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이씨는 “전문직 남성을 포기하니 그나마 조금씩 소개팅이 들어왔다. 동기 중에선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이들도 있는데 성사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여성 최모(33)씨는 최근 부모님께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통보했다. 최씨는 “일하면서 느끼는 기쁨이 크다. 결혼하면 일과 가정, 나아가 육아까지 내 몫일 텐데 당장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고학력 여성일수록 미혼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학력·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결혼 시장에선 여전히 전통적인 이른바 ‘남고여저’(男高女低,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학력·경제력 등이 높은 것)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여파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비혼을 택하는 이가 많아진 점도 혼인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 미혼율, 대학원졸>대졸>전문대졸>고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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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30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지난 4월) 마이크로데이터에서 30세 이상 남녀의 학력별 미혼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대학원 졸업생의 미혼율이 21.5%로 가장 높았다. 4년제 대학 졸업 여성의 미혼율이 20.8%로 그 뒤를 이었고, 전문대졸(18.8%)→고졸(7.1%)→중졸(1.7%)→초졸 이하(0.9%) 순이었다. 한 마디로 고학력으로 갈수록 미혼율이 높았다.

반면 남성은 학력과 미혼율이 정비례하지 않았다. 예컨대 대학원 졸업 남성의 경우 미혼율이 같은 학력의 여성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남성은 전문대졸(30.1%)에서 미혼율이 가장 높았고 대졸(23.9%)→고졸(20.8%)→대학원졸(10.2%)→중졸(9.8%)→초졸 이하(7.5%) 순이었다. 여성과 비교하면 오히려 고졸·중졸·초졸 이하 등 저학력에서 미혼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고학력 女↑, 결혼 시장서 학력 '미스매치' 발생



전문가들은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결혼 시장에서 남녀 간 학력 '미스매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여성의 경우 통상 자신보다 학력·소득 수준이 높은 남자와 결혼하는 '상승혼'을 지향한다. 그런데 학력이 남성보다 높아지다 보니 맞는 짝을 만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에서 커플매니저로 일하는 A씨는 “고학력 여성은 적어도 자신과 같은 수준의 남성을 원하는데 그런 남성들은 이미 결혼을 했거나 학력이 다소 낮더라도 어린 여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어려운 한국사회, 결혼보다 일 선택



고학력 여성의 경우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팬데믹의 장기적 영향: 한국의 재정 및 출산율 전망'(2021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대학 교육을 마친 25∼34세 여성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에서 무급 가사노동의 불균등 분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고등교육을 받은 한국 여성이 남성과의 결혼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성의 학력·사회적 지위 상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2023년 여성의 대학취학률 78.3%로 남성(74.3%)보다 4%포인트 높다. 엘리트 코스로 통하는 로스쿨 입학생 남녀 성비도 올해 여성이 51.2%로 남성(48.75%)보다 앞섰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결국 혼인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전통적인 결혼관 탈피와 ▶일·가정 양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학력을 중시하는 결혼관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시장이나 가정생활에서 양성평등 문화가 발달해야 한다”며 “집안에서 공평하게 가사 일을 나누고 직장에선 여성이란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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