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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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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초’ 벽 넘었다, 200년만에 첫 여성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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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중도좌파 소속 셰인바움 승리

“모든 어머니-딸-손녀들과 해내”

선거기간 갱단 폭력에 38명 사망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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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보이며 투표 인증… 지지자들 환호 2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집권당 ‘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투표를 마친 후 승리를 자신하며 인주가 묻은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위 사진). 그의 승리가 기정사실화한 같은 날 밤 그의 지지자들이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반기며 멕시코시티 도심으로 몰려나왔다. 얼굴에 가면을 쓴 채 셰인바움 후보의 사진이 든 깃발을 흔들고 있는 지지자. 멕시코시티=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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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우월주의 ‘마초 사회’로 유명한 멕시코에서 2일 치러진 대선 결과 1824년 연방정부 헌법 제정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는 국경을 맞댄 초강대국 미국보다 멕시코가 먼저 헌정 사상 첫 여성 최고 권력자를 배출했다며 “역사적 선거”라고 자찬했다.

멕시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무작위 표본을 통한 신속 집계 결과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당 ‘모레나(MORENA·국가재생운동)’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62)가 58.3∼60.7%를 득표하며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파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61)는 26.6∼28.6%를 얻는 데 그쳤다. 최종 득표율은 8일 공개된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나는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이는 혼자서 해낸 게 아니다. 조국을 물려준 여성 영웅과 어머니들, 딸들, 손녀들과 함께 해냈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으로 얼룩진 멕시코의 평화 건설에 힘쓰고 다양하고 민주적인 멕시코를 건설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낙태 합법화, 성소수자 권리 증진을 지지한다. 지지자들도 연간 1000건 넘게 일어나는 페미사이드(여성 살해) 문제를 그가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1962년 수도 멕시코시티의 유대계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엘리트 정치인’이다. 리투아니아계 유대인인 부친은 화학기술자, 불가리아계 유대인인 모친은 생물학자다. 셰인바움 당선인도 명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에너지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여성 최초’ 기록도 갖고 있다. UNAM에서 에너지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도, 2018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된 여성도 그가 처음이다.

그를 정계로 이끈 인물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다. 2000년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를 시 환경장관으로 발탁했다. 이후 2011년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모레나 창당을 도왔다.

이번 압도적 승리가 ‘정치적 후견자’ 오브라도르 대통령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임기 말인데도 지지율이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전 정권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셰인바움 당선인이 여성 과학자 출신으로 16년간 집권하며 독일 최장수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될 수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10월 1일부터 6년 단임 임기를 시작한다. 가장 큰 당면 과제로는 치안 안정이 꼽힌다. 대선과 함께 총선,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이번 선거 기간 동안에도 고질적인 갱단 폭력 사건이 빗발쳤다. 이로 인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마약 카르텔을 사수하려는 각 지역의 갱단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후보 및 선거 관계자들을 잇달아 공격한 탓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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