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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거래 17배 폭증"…백꾸·신꾸·티꾸 SNS '꾸 열풍' 이끈 두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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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앞 거리. 화려한 조명 아래 형형색색 장식물이 가득한 한 매장이 눈길을 끌었다. ‘와펜’을 판다는 이곳은 “여기 뭐야?”라며 호기심에 들른 사람, 제품 고르기에 열중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와펜은 중세 기사의 방패에 붙이는 문장(紋章)을 뜻하는 것으로, 상의나 모자 등에 다는 장식을 가리킨다.

이날 이곳에 몰린 젊은 커플, 학생, 어린 자녀와 부모, 외국인 등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문양의 자수 패치부터 스트랩(끈 장식), 신발에 끼우는 플라스틱 장식인 ‘지비츠’까지 개당 1000~4000원 선인 와펜들을 골랐다. 무늬가 거의 없는 티셔츠·모자·파우치 등을 함께 사면 즉석에서 미싱과 프레스기로 원하는 디자인을 완성해줬다.

여행가방 이름표용 글자 패치를 고르던 직장인 김모(27)씨는 “개성을 나타낼 수 있어 좋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 원래 있던 물건들을 꾸며서 새것처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이곳을 찾은 권지민(17)양은 “동생과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도 해보고 지비츠도 많이 사봤다”며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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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헤지스 매장 내 DIY 존에서 고객이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나만의 티셔츠를 만들고 있다. 사진 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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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와 휴대전화 꾸미기 등에서 시작된 ‘꾸’ 열풍이 가방(백꾸)을 거쳐 신발(신꾸)·티셔츠(티꾸)·모자(모꾸)·키링(키꾸)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몰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이 회사의 신발꾸미기 카테고리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었다. 진주 장식과 운동화 끈 거래액은 각각 17배, 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주 장식과 꽃 클립 검색량 역시 각각 9배, 5배 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고물가 장기화 기류가 더해져 붐이 인 것으로 본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원래 있던 아이템에 작은 포인트를 추가해 완전히 다른 제품처럼 활용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며 “비싼 명품 한정판 대신 가성비 있는 나만의 한정판을 가지려는 욕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뷰티계 등도 꾸미기 열풍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달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1층에 티꾸와 키꾸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판매 중인 재고 의류에 브랜드 상징인 강아지, 영국 모티프 그래픽 등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일평균 50여 명이 체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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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공식 유튜브 ‘LF 랑놀자’ 신발꾸미기 편. 사진 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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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LF 직원들은 최근 인당 2만원의 예산을 들고 직접 서울 동대문 액세서리 가게에서 부자재를 구입해 3시간에 걸쳐 ‘신꾸’ 하는 영상을 공식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기성품 장식을 사는 것보다 돈을 적게 들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스타일링을 할 수 있었다”며 “‘따라 하고 싶다’, ‘신꾸에 참고가 됐다’ 등 호응이 이어져 뿌듯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취향따라 신발에 자수를 놓거나 패치를 붙일 수 있는 ‘메이드 포 유(Made For You)’ 서비스를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신발 브랜드 크록스와 함께 진행한 팝업에서 꾸미기 전용 공간인 ‘지비츠 참 바(Jibbitz Charms Bar)’를 선보였다.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 역시 자동차 디퓨저 팝업스토어 방문객들이 직접 나만의 키링을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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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판매점인 미니로 수원 행궁점에 미니어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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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 문화는 납골당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니어처 제작회사 ‘미니로’가 두 달 전 오픈한 판매점은 수원 핫플레이스인 ‘행리단길’(행궁동과 경리단길을 합친 말)에서 ‘가볼 만 한 곳’으로 꼽힌다. 이 회사 장상원 이사는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들로 상을 꾸며 납골당에 두는 제품이 많이 팔렸지만 최근 DIY(Do It Yourself) 열풍으로 추모 목적이 아니어도 다양한 꾸미기 소품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획일화한 제품의 홍수에서 나만의 것을 찾으려는 욕구와 고물가 시대에 직접 배워서 고치고 만드는 데 대한 니즈, 꾸미기 방법과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유하는 문화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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