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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감사원 “文정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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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100% 이상”
기재부 보고 받은 文청와대
“불필요한 논란 없도록 관리”
홍남기 “두자릿수로 맞춰라”
153%→81.1%로 조작

주택가격·고용·소득 분야 이어
文정부 통계조작 논란 이어질듯


매일경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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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가 축소·왜곡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020년 7월 청와대는 ‘급격한 국가채무비율 상승이 우려된다’는 기획재정부 보고를 받고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해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에 따라 전망의 주요 전제 및 적용 방식을 바꿔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을 당초 153%에서 81.1%로 낮추도록 했다. 앞서 주택·소득 통계조작 논란에 휘말린 바 있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도 조작했다는 취지의 결론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4일 내놨다.

기재부는 2020년 7월 7일 ‘5년마다 국가채무비율 전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가 111.6~168.2%로 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이 수치는 정식 시뮬레이션을 통해 153%와 129.6% 두 가지 시나리오로 수정됐다.

이는 지난 2015년 실시된 전망에서 62.4%가 나온 것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었다.

홍 전 부총리는 사전 시뮬레이션 수치를 받아본 다음날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국가채무비율이 100% 이상으로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보고하며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는다고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청와대는 “의미는 크지 않으면서 사회적 논란만 야기할 소지가 있다”며 “인구구조·사회경제 패러다임이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고 신경써주기 바란다”는 취지의 평가를 남겼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후 홍 전 부총리는 “국민이 불안해 한다”며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낮추라는 취지의 지시를 기재부 실무진에게 내렸다. 그러면서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는 핵심 전제를 바꿔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의 100%로 연동’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했다.

정부 총지출은 국방·사회간접자본(SOC)·연구개발(R&D)·경기대응 등에 쓰이는 ‘재량지출’과 연금·지방교부금·국고채 이자 등 지출대상과 규모가 정해진 ‘의무지출’로 이뤄진다. 홍 전 부총리의 지시대로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하면 총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경우 재량지출 증가율이 음수가 돼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의무지출은 규모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맞추려면 재량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재정기획심의관이 이러한 문제제기를 했으나 홍 전 부총리는 “왜 불가능한 일이냐. 재량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정부가 충분히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이를 묵살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에 기재부 실무를 맡은 당시 국장은 홍 전 부총리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해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81.1%로 수정해 보고했고, 홍 전 부총리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다”며 2020년 9월 이러한 전망치를 국회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의무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총지출을 경제성장률에 연동시킴으로써 의무지출 증가만큼 총지출이 늘어날 수 없게 돼 재량지출이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기재부 전망결과에 따르면 2060년 재량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82%(2022년 16.3%)로 크게 감소해 기본적 정부 기능수행도 곤란한 비현실적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이번 감사 과정에서 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장기재정전망을 다시 실시한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148.2%로 도출됐다.

감사원은 홍 전 부총리에 대해 “외부비판 등을 우려해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축소·왜곡함으로써 장기재정전망의 객관성·투명성 및 정부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인사사혁신처에 이러한 비위내용을 통보했다. 또 기재부엔 장기재정전망 업무를 수행하며 임의로 전제·방법 등을 변경해 결과를 축소·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당시 실무자였던 담당 국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앞서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 11명은 주택가격·고용·소득 분야 국가 통계를 문재인 정부 정책에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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