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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자유-민주주의 수호 위해 침략에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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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연설

푸틴-트럼프 동시에 견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원 지연 사과

동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프랑스 노르망디의 ‘푸앙트 뒤 오크’ 옆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노르망디=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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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은 미국이 푸틴에 맞서길 바랄 것이다. 이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상륙작전의 무대였던 프랑스 ‘푸앙트 뒤 오크’를 찾아 이같이 연설했다. 당시 참전용사들이 나치 아돌프 히틀러에 맞서 싸웠듯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유럽을 위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항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나라 안팎에서의 침략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나는 미국의 위대함이 과거의 일이란 사실을 거부한다”며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미국에서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이 잘못됐다고 꼬집은 셈이다.

푸앙트 뒤 오크는 1984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40주년 연설에서 “미국은 독재정부를 상대할 때 고립주의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옛 소련에 대한 군비경쟁을 선언한 곳. 이 연설은 레이건 전 대통령을 재선으로 이끈 미국 대통령 최고의 연설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을 견제하는 동시에 레이건 전 대통령처럼 고립주의를 거부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 미군 묘지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고립주의는 80년 전에도 답이 아니었고 오늘날에도 답이 아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레이건 전 대통령을 ‘군사적 모험주의자’라고 비판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건을 본 딴 연설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코리 샤크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달갑지 않은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이른바 트럼프식 고립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6일 NYT 기고문에서 “미국 우익에서 목소리가 큰 일부는 2차 세계대전 이전 고립주의를 부활하고, 전후 평화를 유지해온 동맹 제도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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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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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의 미 의회 통과가 지연된 점을 사과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서방의 단결을 과시하려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은 13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15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러시아 본토에서 장사정 무기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를 공격하는 러시아군을 타격할 수 있는 탄약을 포함해 2억2500만 달러(약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미 ABC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나 크렘린궁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로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제한을 뒀다는 것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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