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푸앙트 뒤 오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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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벽을 올랐던 병사들은 미국이 푸틴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를 반드시 원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8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당시 상륙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미군의 대표적 전적지 중 하나인 노르망디 크리크빌렁베생(Cricqueville-en-Bessin)의 ‘푸앙트 뒤 오크(Pointe du Hoc)’를 찾아 연설했다. 이곳은 해안을 굽어보는 30m 절벽 위 고지다. 당시 이곳에 설치되어 있던 독일군의 해안 포대를 파괴하기 위해 미 육군 레인저 대대 장병 225명이 직접 절벽을 기어오르는 혈투를 벌였고, 부대원 상당수가 전사하는 희생을 치른 끝에 결국 성공을 거뒀다.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맞섰던 미군 참전 용사들의 투쟁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미국인의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영령은) 우리에게 자신들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우리 시대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해외와 국내의 침략에 맞서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략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마땅한 의무라는 뜻이다. 그는 “미국의 위대함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인이 단결해 함께 행동하면, 우리가 못 해낼 일은 없다”고도 했다.

CNN 등 미국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40년전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과 일맥상통 한다”며 “유럽 동맹을 중시 않고,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당시 이곳을 찾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고립주의가 결코 확장주의적 의도를 가진 독재 정권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될 수 없음을 배웠다”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것은 미국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전날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 미군 묘지에서 한 연설에서도 “고립주의는 80년 전에도 답이 아니었고, 오늘날에도 답이 아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바이든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급 인프라를 복구하기 위해 2억2500만 달러(약 31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we’re not going to walk away from you)”이라며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되지 못한 탓에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 확보 여부를 오랫동안 알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도 했다. 미국의 추가 지원이 6개월 가까이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심각한 탄약과 무기 부족을 겪었고, 이로 인해 동부 돈바스는 물론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 전선에서 러시아 군에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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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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