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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서울대 교수회장 "의료와 교육개혁 논의할 시간...파업 재고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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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장. 사진 임정묵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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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교육에 대한 전면적 개혁을 논의할 시간입니다. 파업은 모든 걸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서울대교수회장인 임정묵 회장(농생명공학부 교수)은 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교수회는 이날 '진료와 교육 현장을 지키며 의료 시스템과 교육 개혁에 매진합시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환자들이 받을 피해를 생각해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는 대신 교수회와 함께 의료 및 교육 현장에서 개혁에 매진하자”고 촉구했다. 교수회는 지난 2월 19일에도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낸바 있다. 임 회장은 "우리는 의대교수가 아니어서 의료개혁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자칫 잘못가면 환자도 학교도, 한국의 교육도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절박함에서 입장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문답.

Q : 교수회가 입장을 낸 배경은 뭔가

A : 금요일부터 주말에 이르기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잘못된 길로 가면 환자들도 어려워지고 학교도 난감한 상황이다. 교수회 내부에서 논의를 통해 우리 입장을 이야기하자고 해서 어제(8일) 입장을 내기로 결정했다.

Q : 어떤 면에서 급박하다고 보는가

A : 본격적으로 정원이 확정되면서 대학입시에 대한 파급이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될 수밖에 없다.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요 의과대학 거점국립대에서 우려가 심하다. 그런 차에 정부가 유화적인 제스처(행정명령 철회 및 복귀 전공의 처분 중단)를 했다. 저희도 상당히 나쁘지 않게 봤다. 그런데 갑자기 파업 문제로 불똥이 튀었다. 빨리 부작용이나 이런 문제를 숙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Q : 교육 정책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나

A : 그렇다. 의대 쏠림이 당장 심화되면 이공계 교육이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의대생조차 반수하려고 한다. 이공계통뿐 아니라 전체 입시에 바람이 불거다. 당연히 사교육비가 증가되거나 공교육이 파행을 겪게 된다. 마땅히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근본적으로 의료개혁은 물론이고 소위 말하는 교육이라든지 입시라든지 전면적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 의대증원을 무리하게 진행했기 대문에 수도권과 지방 대학은 교육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의대 안에 또다른 양극화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다. 정부와 의료계, 교육계가 나서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Q :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을 한다면

A : 문제는 파업이라는 게 생기면 지금 이야기했던 (의료나 교육 개혁) 모든 걸 할 수 가 없게 된다. 파업을 가능하면 자제하시고 정부도 전공의 돌아오게 해야 하니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각자의 역할을 제 자리에서 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처음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대책으로 정부가 들고 나온 게 의대 증원인데, 여기에 모든 문제가 매몰됐다. 이제 내년 의대증원이 정해졌으니 부작용에 대처를 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 갑자기 파업문제가 대두되어서 걱정이다.

Q :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점도 지적했다

A : 아무리 환자에게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진료를 줄이거나 안하면 그럴 리가 없다. 대승적으로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고 의대나 교육계도 적극적으로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러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인데, 파업 하냐 안하냐는 문제에 매몰되면 시간이 계속 지나고,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Q : 의대 교수들고 소통하시나

A : 물론 하기는 한다. 제가 아는 의대 교수들은 파업 문제보다는 의료개혁 전반의 문제라든지 전공의와 학생에 대한 걱정이 더 크시다. 파업의 문제가 갑자기 대두되는 건 제가 의대 교수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당혹스럽다.

Q : 이 문제가 교육 전반과 연결돼 있다면 서울대 교수회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인가

A : 적극적으로 목소리 낼 것이다. 의료개혁 문제는 의사들이 전문성이 있는 적임자들이다. 하지만 교육의 문제는 서울대 전체에서 식견을 가진 교수들이 많다. 입시나 교육 문제에 대해 교수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밖에 없다.

Q : 내년 정원은 돌이킬 수 없다고 보나

A : 1509명은 돌이킬 수 없다고 본다. 물론 그렇게 늘리면 보나마나 문제가 생긴다. 각 대학에서 필요한 교수님들은 쉽게 뽑기 어렵다. 증원 여력이 있는 대학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문제가 생길 것이다. 파행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2026년도 금년처럼 1509명으로 해야 하는지 정부가 의대 교수님들과 상의해야 한다.

■ [호소문] 진료와 교육 현장을 지키며 의료 시스템과 교육 개혁에 매진합시다.

평교수를 대표하는 서울대학교교수회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정책의 문제점을 전문적으로 지적하신 의대 교수님들의 고견을 존중하고 지지를 표명합니다 교수님들은 무엇보다 환자를 아끼는 마음으로 의료인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하셨기에 많은 전공의가 떠났음에도 지금까지 진료 공백이 최소화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국민 다수가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함에도 의료계는 물론 교육 및 산업계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교육자로서의 의무감 의사로서의 전문성 그리고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소중히 하기에 의대 교수님들이 사회의 오해를 받을 수 있음에도 전공의들과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휴진에 고민하시는 그 마음 또한 헤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과 교육 입시 · 체계를 제대로 개혁하기 위해 우리 모두 진료와 교육 현장을 지켜야 하고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집단 휴진은 재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개혁은 국민과 사회의 지지를 받고 국가를 경영하는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쪽의 강경한 조치는 다른 한쪽의 극단적 대응을 초래할 비민주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모두가 이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교수들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정부는 지난 주 발표한 전공의 보호 대책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 교육 입시혁신을 위한 후속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발빠른 후속 조치만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나라 기존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꾸릴지 모든 분들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 사회의 상징적 존재로서 특별한 공적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교수회는 의료개혁에 대한 의대교수님들의 고견을 더욱 지지하겠고,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며 교육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2024. 6.

서울대학교교수회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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